[금융시장 읽기] 이탈리아 구제금융 허용 막아야

입력 2011-11-29 23:38


올해 하반기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은 유럽 재정위기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5개국(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가, 나아가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이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앞으로 사태가 얼마나 확산될 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 양상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가, 그리고 포르투갈이 차례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연 이번 재정위기 사태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은 허용되어야 할 사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탈리아의 구제금융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구제금융 지원에 따라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한 민간은행의 손실이 확정되면 재정위기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으로 번지게 된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피해 규모는 그리스의 경우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총 부채는 1조8680억 유로로 그리스(3400억 유로)와 비교해 다섯 배 이상 크다. 유럽 내 타국 은행들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져) 규모를 따져 봐도 이탈리아는 총 8374억 달러로 그리스(1208억 달러)의 일곱 배에 육박한다.

당장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스페인과 프랑스 등 주변 국가의 금리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탈리아 금리가 지난달 말 5%대에서 7%대까지 1.38% 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프랑스 금리는 3.12%에서 3.7%까지 0.5% 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독일 금리도 1.8%에서 2.2% 이상까지 0.5%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민간 금융기관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탈리아 국채를 대량 보유한 프랑스나 독일의 은행들은 물론 이탈리아 국채 관련 파생상품을 판매했던 미국의 주요 은행까지 신용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이들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350bp(1bp=0.01%), 소시에테제네랄이 430bp, 독일의 도이치방크가 310bp, 미국의 BoA와 모건 스탠리가 각각 480bp, 510bp씩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결국 이탈리아의 문제는 유럽 중심부와 미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럽 재정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이탈리아 앞에 그어져야 한다. 내년 2월 이탈리아의 국채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하기 전까지는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마지노선이 붕괴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할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