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로존 재정 위기] “獨, 적극 나서달라”-“할 만큼 했다”
입력 2011-11-29 23:38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코너에 몰렸다. 미국은 “뭐든지 돕겠다”면서 은근히 조속한 위기 해결을 압박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앞장서 “유로존의 현 상황이 세계 경제의 큰 위협”이라며 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역내 국가들은 열쇠를 쥔 독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할 만큼 했다”고 맞서고 있다.
◇‘獨 바라기’=유로존 내 독일과 나머지 국가들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싸움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충분한 독일이 위기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우리도 재정이 무한하지 않다”며 항의하고 있다. 라덱 시코르시크 폴란드 장관은 FT 기고를 통해 “독일의 행동은 몰염치하다”며 유로 출범과 함께 통화가치 하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실을 잊지 말고 위기 해결에 나서라고 당부했다.
독일을 이처럼 어르기도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달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금줄인 ECB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모두 독일의 손아귀에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조약 개정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에 프랑스 등 유로존만 끌어들여 재정을 통합하는 ‘별도 조약’을 추진했지만 핀란드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책 내놔라”=전 세계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유로존 채무위기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남미 등 신흥국, 나아가 빈국까지도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OECD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발표에서 “유럽 지도자들이 결정적인 행동을 하는 데 꾸물거리고 있다”며 “유로존은 이미 약한 수준의 경기침체에 진입했고 위기를 막지 못하면 엄청난 경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로존의 경기후퇴 등을 막기 위해 신뢰와 충분한 화력(firepower)을 제공하라”면서 ECB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결국 ECB를 좌지우지하는 독일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재정위기 해결과 관련해 포괄적 대책이 될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미-EU 연례 정상회담 후 지원은 쌍방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재정적인 부분은 아닐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