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출범 회오리] 100억원대 드라마 뜨면 교양물 진다
입력 2011-11-29 15:00
종합편성채널 4곳이 개국 전부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에 버금가는 제작비를 쏟아 붓고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치며 저마다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종편의 과열 경쟁이 방송가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연예인과 방송 제작 인력의 몸값 상승은 방송가 전반에 제작비 상승을 불러오고, 이럴 경우 지상파마저도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시청률 싸움에 몰두하게 된다. 선정적·상업적 방송이 활개 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반면 교양물 제작 등은 방송 제작 전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29일 방송가에 따르면 종편 4곳이 보여주는 물량 공세는 지상파에 버금간다. 특히 JTBC는 공격적 투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승상금으로만 무려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스타 캐스팅에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톱배우 정우성 한지민을 내세운 멜로극, 원로 배우 김혜자가 출연하는 시트콤, 걸그룹 소녀시대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 예다.
채널A는 배우 김수미 탁재훈 등이 이끄는 토크쇼와 탤런트 최불암 유호정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내놓는다. JTBC와 채널A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나머지 2곳 역시 ‘킬러 콘텐츠’에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붓는다. TV조선은 배우 황정민 김정은이 호흡을 맞추는 제작비 100억원대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며, MBN은 개그맨 신동엽을 내세운 시트콤을 제작한다.
전문가들은 종편의 이러한 물량 공세가 가져올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종편의 출혈 경쟁은 방송시장 전반으로 번져 결국 지상파가 다큐멘터리 제작 등 공적인 역할을 못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편마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방송의 질적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점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다. 채널 인지도 올리기에 급급해 각사마다 특정 프로그램에만 신경 쓰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마다 ‘킬러 콘텐츠’ 외의 나머지 시간대엔 저비용으로 쉽게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정적인 ‘막장 프로그램’을 방송할 가능성이 높다. 간접광고(PPL)로 도배된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