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지시… “0∼5세 보육 국가서 책임 지원예산 반영토록 하라”

입력 2011-11-29 23:38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며 “0∼5세 보육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과 협의해 지원 예산이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 패배 이후 2040세대를 겨냥해 꺼내든 ‘무상보육’ 정책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그동안 포퓰리즘이라는 이유로 경계해 왔던 정치권의 ‘무상복지’ 공약을 이 대통령 스스로 예산 반영까지 지시한 일은 처음이다. 향후 정책 기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상보육만큼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이 앞장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2020년이면 대학 진학자 수가 40% 가까이 줄어들 정도로 인구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참석자들의 지적에 “보육 문제는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의 성장잠재력, 경쟁력, 운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박재완 재정부 장관에게 이같이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소득 하위 70%(4인 가구 월 소득 480만원 이하) 가구에만 적용되는 0∼4세 보육비 지원을 소득에 상관없이 전 가구로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 연령에 따라 17만7000원∼39만4000원을 지원받는 0∼4세(어린이집 이용자)가 92만명에서 118만명으로 늘어나며 한나라당은 연간 5200억원가량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5세의 경우 내년부터 교육·보육비 지원을 전 계층에 확대하는 예산이 이미 반영돼 있다.

재정 건전성 문제를 이유로 무상보육 전면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온 재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 지시에 대해 “무조건 전면 확대하라는 게 아니라 그런 자세로 정책 방향을 협의해 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복지확대 지시가 앞으로 계속되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7일 이 대통령을 만나 민생예산 증액 등을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 끌려가는 형태가 아니라 무상보육처럼 명분과 절차를 갖춰 당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