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입력 2011-11-29 15:49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을 향했던 신용평가사들의 칼날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면서 신용강등 도미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것도 미국이 처음으로 재정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정상을 워싱턴DC로 부른 날에 맞춰 미국의 등급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2년 내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를 조금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올 들어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2곳이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1곳이 신용등급 자체를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미 슈퍼위원회가 적자감축안 합의에 실패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피치는 2013년에 믿을 만한 적자감축안 마련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합의에 실패하고 성장 둔화가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향후 10년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을 90% 수준으로 낮추고 채무이자 비율도 국세수입의 2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현 신용등급 AAA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강등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피치의 이날 조치는 지난주 포르투갈 헝가리 벨기에 등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연쇄 등급 강등에 이어 나온 것으로 신용등급 강등이 이제 전방위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무디스는 “EU 모든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프랑스 일간 라 트리뷘이 보도했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은 “S&P가 1주일에서 10일 이내에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혀 미국은 물론 유로존 핵심 국가들도 등급 강등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과 미·EU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 경제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우리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