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당신은 예수에 인생을 건 제자 입니까?… ‘제자도의 본질’

입력 2011-11-29 19:42


제자도의 본질/플로이드 맥클랑 지음/김진선 옮김/토기장이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질문과 직면해야 했다. 불편하지만 치명적인 질문들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인가?’ ‘나는 제자인가, 무리인가?’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나는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가?’ ‘인생의 전부를 한번이라도 하나님께 맡겨 보았는가?’ ‘우리 교회는 안락한 공동체인가, 헌신된 공동체인가?’ ‘혹시 우리 교회는 지금 심각한 예수결핍장애를 겪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 하나님은 길들여진 고양이인가, 거친 야생의 사자인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제자도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뛰며 마음이 뜨거워진다. 믿음의 여정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지극히 자극적이다. 안락한 공동체 속의 크리스천들, 도무지 급진적일 수 없는 무료한 신자들에게는 위험한 책이다. 책은 믿는다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분, 아니 어떤 이에게는 거의 전부를 전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을 더 이상 안락함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신앙생활이 주일에 교회에 나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일주일의 삶을 나누는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믿음의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하는 일생일대의 도박과도 같은 것임을 알려준다.

좋은 책은 독자로 하여금 결심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니까. 어떤 결심인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삶의 방식을 단순히 모방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예수가 되는’ 결심 말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본질을 파고든다. 지난 시절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는 크리스천의 행동 기준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리스도의 대의가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에 초점을 맞추라.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나를 통해 예수님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가’라고 질문하라.”

저자 플로이드 맥클랑은 YWAM(국제예수전도단)의 대표적인 강사였다. 탁월한 저자로 ‘하나님의 아버지 마음’ ‘하나님과의 친밀감’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다. 현재는 남아공에 본부를 둔 선교단체인 올네이션스(All Nations)의 대표로 아프리카의 교회개척사역을 돕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제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3가지의 가치를 삶으로 드러내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세 가치는 예배와 선교, 교제다. 예배는 열정과 진리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선교는 용기와 정중한 태도로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교제는 투명성과 의도성을 갖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바로 사랑이다. 제자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제자도의 세 가지 기본 가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이 사랑하신 것 같이 세상을 사랑하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제자도의 이 기본 세 가치를 수용하게 되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 디트리히 본회퍼가 언급한 ‘타자(他者)를 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맥클랑에 따르면 제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갖고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의 관점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살아야 한다. 제자는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그의 말씀으로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다. 그 부르심의 삶을 통해 예수가 세상을 전복시키기 위해 오신 것과 같이 제자들 또한 결국 세상을 바꾼다. 진정한 예수 제자가 있는 세상은 바뀌고야 만다! 지금 세상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제자가 없기 때문이다. 교회에 가는 무리만 있을 뿐이다. 맥클랑의 지적은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았다.

예배 파트에서 저자는 종교행위에 대한 회개, 복종, 주재권, 신실함, 기도 등을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 깊이 음미해야 할 내용들이다. 성경공부는 물론 목회자의 설교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될 만하다. 이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거짓된 대본을 거부하고 예수님 안에 있는 사랑을 받아들이며 진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그렇다. ‘거짓 대본’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우리의 교회 속에는 너무나 많은 거짓 대본들이 있다. 그 거짓 대본을 앵무새처럼 읽는 ‘모델 크리스천들’이 교회를 망치고 있다. 예배에서 하나님과의 임재경험은 없어지고 그 빈자리에 종교성이 들어갔다. 이는 결국 이 시대 교회로 하여금 예수 결핍 장애(Jesus Deficit Disorder)를 앓게 하고 있다. 예수님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의와 화해, 리더십원리, 핵심가치 등만이 구호처럼 외쳐지고 있는 것이다.

선교 파트에서 저자는 자신이 거한 장소에서 ‘예수님을 실천하라’고 말한다. 참된 제자는 언제나 의도성을 갖고 예수를 전할 준비를 하며 그와 함께 고난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의 본보기는 예수다. 저자는 묻는다. “아니, 우리에게 예수를 닮아가는 목표보다 상위 목표가 있을 수 있는가?” 참된 제자가 제자를 복제하는 것이 복음전도다. 크리스천들은 누구나 언제라도 예수님 만난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할 준비를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교제 파트에서 맥클랑은 지금 우리는 ‘헌신된 공동체’에 있는가, 아니면 ‘안락한 공동체’에 안주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는 지금 시대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는 놀이’를 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저자에 따르면 급진성과 예수를 따르는 모험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면서 교회는 그 생명력을 잃어갔다. 그 결과 교회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으며 혁명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저항성과 급진성, 투명성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결코 교회다울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제자삼기는 지극히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지옥에 침투, 그 감옥 문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옥에서 구출해 내는 작업이 바로 제자삼기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예수 제자는 결코 현란한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 부인, 헌신, 결단, 인내, 복종 등을 통해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제자도와 관련한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자도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원용하면서 저자 자신의 직관과 경험을 가미했다. 추천사를 쓴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는 “그동안 제자도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어봤지만 맥클랑의 이 책이 단연 탁월하다”고 상찬했다. 이 서평을 쓰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엄숙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정독할 것이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