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자금조달 비용↑ … 사면초가 카드사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1-11-28 18:22
카드사들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 감소에 직면한 데다 자금 조달비용 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금융당국의 압력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수익 감소에 조달비용 상승 악재=2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삼성·신한·현대 등 주요 카드사들의 채권 만기액은 이달 5250억원, 다음 달 1조8230억원, 내년 1월 1조6700억원으로 3개월간 4조180억원에 달한다. 이달 현재 카드채 잔액 32조6650억원의 12.3%에 달하는 금액을 앞으로 2개월 내에 갚아야 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카드사 조달자금 중 채권 비중은 72.6%(지난 6월 말 기준)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조달비용을 나타내는 3년물 국고채와 금융채(은행채, 카드채 포함)의 금리차(스프레드)가 지난달 말 1.07% 포인트로 지난 7월 말 0.75% 포인트보다 상승했다. 금리차가 커졌다는 것은 카드사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카드채는 대부분 2009년 낮은 금리로 발행했던 것”이라면서 “최근 카드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만기 도래한 채권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상승한 만큼 영업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마땅찮다. 금융당국이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고 현금서비스 비중을 옥죄는 등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카드사들은 조달 규모를 줄이는 등 비용 축소에 나섰다. 만기가 돌아온 카드채를 상환하는 용도 외에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도 줄이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손실 보전책도 막막=영업 확대가 막히자 카드사들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나 혜택을 줄이고 있다. 카드 수수료를 내리면서 체크카드 회원에게 제공하던 놀이공원·커피전문점·영화관 할인 등 혜택을 대폭 감축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급제동을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생기는 수익 감소는 체크카드 혜택 축소가 아닌 관리비용 등 경비 절감으로 메워야 한다는 뜻을 각 카드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은 이날부터 카드사 보이스피싱 대책에 대한 현장 검사에도 돌입했다. 겉으로는 고객 본인확인 강화방안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축소하지 못하도록 압박카드로 사용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가맹점들은 카드사를 상대로 보다 강도 높은 수수료율 인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용액 증가세가 지난 5월부터 둔화 조짐을 보여 지난달 국내 카드승인 실적은 전월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칠 정도로 실적이 둔화세”라며 “내년에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더 나빠질 텐데 앞으로 사업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