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영종] 전국 대중교통 무료환승시스템 도입을

입력 2011-11-28 18:03


‘10년 후 미래’의 저자 대니얼 앨트먼은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꿀 12가지 흐름 중 하나로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금융 허브를 대체해 새로운 경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이는 앞으로 돈이 아니라 사람이 몰리는 곳이 경제 중심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국토에서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라이프스타일 허브가 될 만한 곳이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전국 주요 도시를 1시간30분 내외로 연결할 수 있는 교통 네트워크를 갖춘 고속철도역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도를 통해 전국은 점차 ‘하나의 도시’로 변모되고 있다. 아침에 서울을 출발, 낮에 부산에서 업무를 보고 저녁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일은 다반사가 되었다. 경부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 인구가 전국의 86.4%에 이른다. 2014년 광주까지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고속철도 이용 인구는 90%를 상회할 것이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서울에서 아침식사 후 오전 9시에 집을 출발,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9시30분 도착한다. 10시에 호남고속철도를 타고 11시30분 광주 송정역에 내린다. 송정역 복합환승센터에 있는 예식장에서 12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고 피로연까지 마친 뒤 오후 4시 서울역으로 향한다. 오후 5시30분 서울역에 도착,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6시쯤 집에 와서 가족과 저녁식사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속철도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고속철도를 매개로 하여 주요 도시를 1시간30분 내외로 연결한다고 해서 전국이 하나의 도시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속철도와 함께 고속철도를 타기까지 이용하는 마을버스, 시내버스,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인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고속철도라는 하드웨어에 전국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될 때 진정 전국이 하나의 도시로 기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은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 수도권 전역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서울의 행정경계를 넘어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이 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고속철도를 통해 전국이 하나의 도시로서 하나의 생활권으로 되는 마당에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요금 부담을 덜게 되어 대중교통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 전국 대중교통 무료환승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속철도와 연계한 대중교통 노선체계 정비 등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권영종(한국교통연구원 KTX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