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판산업단지 ‘인쇄단지’ 전락 우려

입력 2011-11-28 18:03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출판산업단지가 알맹이 빠진 ‘인쇄산업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출판, 콘텐츠 등을 육성해 지식산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2009년 5월부터 출판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 12월 단지 조성 완료를 목표로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지역 출판·인쇄업체 53곳(목표 100여곳)이 입주 신청을 마쳐 53%의 입주 신청률을 보이는 상황이다. 공장은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착공 가능하다.

입주 신청률은 50%를 넘었지만 지식·문화산업 육성이라는 원래 출판산업단지의 사업취지는 흔들리고 있다.

시는 대구 남대구IC와 성서IC 인근 24만5413㎡(93필지) 부지에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 출판업, 영상·정보서비스 관련 업종을 집적시키고 공동 장비센터, 공동 물류센터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합, 세계적인 지식산업 거점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입주 신청 업체 53곳 중 독자적인 출판이 가능해 출판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업체는 7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인쇄에 주력하는 업체들이다. 또 53곳 업체 모두 지역 업체들로 다른 지역 업체들의 참여를 통한 경쟁을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런 형편은 입주가 끝날 때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이에 시는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출판산업단지 안에 출판산업지원센터를 만들고 전자출판과 작가 양성사업 등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업체들이 출판, 컨텐츠 제작 등의 경험과 노하우가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구석본 대구문인협회 회장은 “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 만화 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여건으로 봤을 때 외국의 원전을 번역하는 수준밖에 안될 것 같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설, 시 등 문화산업의 원재료가 되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