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정규직 구제] 정규직과 현격한 임금차 놔둔채 고용만 보장
입력 2011-11-28 18:32
당정이 28일 확정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라 내년 중 9만7000명 수준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실상 정규직 형태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복지도 확충키로 했다. 그러나 정규직과의 현저한 임금 차이 등 근본적 차별을 좁힐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중 가장 열악한 파견·용역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로 보호 규정 마련에 그쳐 간접 고용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전환? 임금·복지수준 격차는 그대로=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단 2년 이상 유지돼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각 기관은 내년 중 정부의 직무분석 및 평가 기준에 따라 전환 대상자를 최종 선별, 전환하고 반기별로 그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기관의 정규직 전환 실적과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무기계약직은 근로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관계를 말한다.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과 달리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형태는 정규직과 같다.
그러나 임금 수준 등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가 그대로 유지된다. 고용부 조재정 노동정책실장은 “애초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와 비정규직 사이에는 담당 업무나 근로 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임금을 일률적으로 어느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8만6000여명,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하지만 비정규직의 복지수준은 확대됐다. 정부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경우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근무 경력도 호봉으로 인정하도록 공무원 보수규정과 공공기관 인사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게 3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 및 명절 휴가비 등 상여금을 지급토록 했다. 1년 미만 근무자도 기관별로 근무기간이나 직무 특성 등을 고려해 지급하도록 했다. 조리사 등 학교 종사자 13만여명에게는 각종 수당을 인상하거나 신규 지급하도록 하는 등 처우를 개선토록 했다.
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정,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담당 업무와 무관하게 상여금이나 휴가, 편의시설 이용 등의 복리후생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유사한 업무를 담당한 경우에만 차별 여부를 따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권고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파견·용역근로자 대책은 미미=정부가 8∼9월 사이 공공부문 1만490곳을 대상으로 합동 실태조사한 결과 파견·용역근로자(사내 하도급 근로자) 수는 5년 전보다 3만4821명이나 늘어났다. 전체 비정규직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8%에서 29.3%로 급증했다. 중간 용역 업체 등을 통해 고용되기 때문에 각종 보호 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파견·용역 근로자가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대책은 용역 계약 시 준수하도록 하는 근로자 보호지침을 마련하고, 청소용역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기관에 민간 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등이 전부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제성 부연구위원은 “사내하도급의 남용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 이익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위탁을 할 경우 적절한 임금 및 근로조건 확보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