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2부) 사회적 기업을 키우자] ③ LG전자 후원하는 천기저귀 세탁업체 ‘송지’

입력 2011-11-28 18:25


“환경 지키고 아기도 무해… 깨끗한 세상 만들어요”

28일 서울 개봉동의 한 세탁 작업장. 분주히 돌아가는 대형 세탁기들 사이로 하늘색 위생복에 위생모,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한 3명의 ‘선생님’들이 익숙한 손길로 배달되어 온 천기저귀를 정리하고 있었다. 8년째 천기저귀 세탁 일을 하고 있는 맏언니 김진옥(49)씨의 직책은 ‘선생님’이다. 위생장갑을 낀 채 천기저귀를 종류별로 구분하는 손놀림은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람은 비단 김씨뿐만이 아니다. 이곳 ㈜송지에서는 세탁을 하는 여성 고령자도, 배달을 하는 남성 장애인도 모두 ‘선생님’으로 불린다.

김씨는 “우리 같은 중년 여성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곳이 보통 식당, 그중에서도 고된 주방이 대부분”이라며 “‘아줌마’대신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니 서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송지에 취업하기 전 소규모 민간 천기저귀 세탁업체에서 일하던 김씨는 회사가 ㈜송지에 합병되면서 자연스레 재취업을 하게 된 케이스다. 매일 1000장이 넘는 천기저귀를 세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업무수칙인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덕에 한결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해 천기저귀 세탁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예전 내 아이를 키울 때 깨끗한 기저귀를 채워준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하고 있다”며 천기저귀에 묻어온 대변을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거뜬히 치워냈다.

지난해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송지는 내년 고용노동부의 정식 사회적 기업 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기저귀 세탁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들이 2∼3곳 있었지만 수지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현재 ㈜송지만이 유일하게 천기저귀 세탁사업을 하고 있다.

㈜송지는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생명누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도와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빈민구호 기치를 내걸고 현지에서 공동체 마을 만들기, 농촌 진료활동 등을 하고 있는 곳이다. 시민활동을 기반으로 한 만큼 송지 역시 단순 영리사업을 넘어 사회적 기업 본연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결과 올해 4월에는 함께 일하는 재단 ‘2011 녹색성장분야 성장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LG전자로부터 후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송지는 현재 LG전자로부터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 1대씩, 세탁물 배달을 위한 봉고차 1대 등 시설투자비와 각종 인력관리 및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다.

㈜송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간단하다. 우선 회원들에게 무료로 천기저귀를 나눠준다. 직원이 이틀에 한 번 회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천기저귀를 배송하고 수거해간다. 걷어간 천기저귀를 살균·세탁과정을 거친 후 다시 크기나 종류에 맞춰 배송할 수 있도록 포장한다. 월 이용료는 알뜰형의 경우 각 단계별로 7만∼12만원가량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편리함 때문에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가 불임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아이의 건강에 상당히 해롭다고 경고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은 “일회용 기저귀에서 유출되는 화학물질은 피부 발진은 물론 천식을 일으킨다”며 “남자아이의 정자수를 감소시켜 최악의 경우 불임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 기저귀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시민환경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 유아가 하루에 5.87장의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해 유아기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는 모두 4402장에 달한다. 이는 10ℓ짜리 종량제 봉투 160개를 필요로 하는 양이다. 연간 국내에서 소요되는 일회용 기저귀 전체 양은 연간 20억장으로 추정되며 이를 10ℓ짜리 종량제 봉투에 담으려면 7700만개가 필요하다.

3개월째 ㈜송지에 천기저귀 세탁을 맡기고 있다는 남인숙(55·여) 신사어린이집 원장은 “처음에는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부모님들의 반대가 컸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 안전, 생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천기저귀 사용을 결심하게 됐다”며 “실제로 천기저귀를 사용한 뒤부터 아이들의 피부발진이 눈에 띄게 줄어 부모님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