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그리스, 통계청장이 희생양?

입력 2011-11-28 18:21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사태의 책임을 한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그리스 검찰은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오우 통계청장을 재정 위기 수준을 과대 포장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오르기오우 청장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13.4%에서 15.8%로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수치는 유로존에서도 기록적 수준이었다.

그리스 검찰은 그가 “나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재정 위기를 실제보다 더 크게 부각시켜 구제금융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내달 12일 소환조사를 벌인다. 혐의가 입증되면 게오르기오우는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는다.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게오르기오우 기소는 그리스 정부의 희생양 만들기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는 그동안 통계의 정확성이 심각히 의심되는 나라였다.

게오르기오우는 통계 오류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해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선임에 동의한 인물이다. IMF에 20년 동안 몸담았고 지난해 통계청장이 됐다.

게오르기오우는 “나는 회계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그리스에서 통계 작업은 불행히도 격투 스포츠와 같다”고 해명했다.

그리스의 재정 관련 통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가 직접 작성해 EU의 통계청 유로스탯(Eurostat)에 보고했다. 책임자는 재무장관이었다.

지난해 10월 통계를 유로스탯 표준에 맞춰야 한다는 EU의 권유로 그리스는 독립적 성격의 통계청, 엘스탯(Elstat)을 설립했다.

엘스탯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부터 그리스 통계에 관한 불신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로스탯도 신뢰를 표시했다. 유로스탯 기준으로 고쳐진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2001년 유로존 가입 당시 재정적자 규모가 너무 커 가입 자격을 얻을 수 없는 처지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그리스는 준비가 안 돼 있었는데 잘못된 통계 수치를 근거로 유로존에 가입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오르기오우 기소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은 29일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6회분 80억 유로의 집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T는 EU 관계자들이 이번 기소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검찰은 공정성에서 의심받고 있다. 검찰에 게오르기오우의 통계 조작을 증언한 사람은 엘스탯 이사회에서 경질된 통계학 교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