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좋은 한국이냐 친구 이탈리아냐… 이스라엘 ‘훈련기 구입’ 저울질

입력 2011-11-28 18:23


경제논리냐, 정치논리냐.

이스라엘이 공군 훈련기 도입과 관련, 두 가지 명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중국 신화통신(영문판)이 28일 보도했다. 대한(對韓) 무기수출 등 경제성을 생각하면 한국산을 사야 하지만 외교 무대에서 몇 안 되는 친구를 잃지 않으려면 이탈리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기존 ‘A-4 스카이호크’를 대체할 새 훈련기로 한국의 초음속 고등훈련기(T-50)와 이탈리아의 M-346 훈련기를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한국산 T-50이 갖는 장점은 일단 성능이다. 이스라엘 피셔 항공우주전략연구소의 아사프 아그먼은 “훈련 능력 면에서 두 기종을 평가한다면 T-50은 무기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고 전투기에 더 유사하다”며 “이는 이탈리아 기종이 갖추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T-50은 4년간 한국 공군의 조종사 훈련에 효과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M-346은 그 정도 수준의 개발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한국산의 장점이 더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은 미국 정부로부터 매년 27억 달러(약 3조1212억원)씩 해외군사자금지원(FMF)을 받는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부 국가에서 미국산 구입을 조건으로 제공하는 자금이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기종이다. 이스라엘은 자국민의 세금이 아닌 FMF로 T-50을 살 수 있다.

자국산 무기의 한국 수출에도 이번 고등훈련기 계약이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이스라엘 업체로부터 무인항공기(UAVs)와 레이더 시스템 등을 도입한 바 있고, 올 초 방위사업청 관계자의 이스라엘 방문 때 로켓방어 시스템인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 도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T-50을 외면할 경우 한국으로의 무기 수출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이탈리아의 M-346 뒤에는 정치·외교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아랍 국가들과 각을 세우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각종 현안에서 자국 편을 들어주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가치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고등훈련기 문제를 오래 취재해온 현지 신문 예루살렘포스트의 야코프 카츠 국방담당 기자는 “이스라엘이 이탈리아 기종을 선택한다면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25∼35대에 달할 새 훈련기 기종을 내년 초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156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