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철휘 (2) 포천 시골 소년에게 별 넷을 선물한 하나님

입력 2011-11-28 11:32


나는 군단장을 동해안에서 했다. 휴전선과 해안선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는 임무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형이 험할수록 경치는 아름답기 때문에 늘 관광객이 넘쳐났다.

많은 교회들도 이곳을 방문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집회를 열곤 했다. 특히 2009년도 봄과 여름에는 은혜가 넘치는 일이 많았다. 감사한 것은 이곳을 방문하시는 별 같이 귀한 목사님들이 우리 부대를 방문하거나 집회 장소에서 나를 만나 기도를 해 주시는 것이었다.

군선교연합회 곽선희 목사님이 연합회 임원들과 부대 근처에서 워크숍을 열고 있어 집회 장소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극동방송 영동지사 개국 10주년에 오신 김장환 목사님은 우리 부대 장병들을 위해 한 시간 이상 특강을 해주시고 장병들과 식사도 함께하셨다. 대학교 때 여의도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설교를 통역하시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도 나는 안디옥교회로 찾아뵙고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김삼환 목사님은 통합 총회장 자격으로 전 임원과 함께 오셔서 1박2일간 GOP와 해안선을 지키는 장병들과 같이 숙식하면서 기도를 해 주셨다. 나에게는 특별히 “총회장이 왔다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셨다. 차기 회장인 지용수 목사님의 설교도 은혜로웠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심 앙면의 위문이 너무 감사해서 휴가를 내 명성교회로 찾아뵙고 감사패를 드리기도 했다.

새에덴교회 청년부 워크숍에서 열정적인 소강석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맨손, 맨발, 맨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소 목사님의 사역은 마치 역전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새에덴교회에 등록하기로 했다.

박재옥 목사님을 비롯한 사단장 시절 향군종 목사님들의 방문과 기도 또한 릴레이식으로 계속되었다. 우리 부대를 방문하신 목사님들의 기도의 끝은 한결같이 나의 진급을 위한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때, 그해에 진급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마음 깊이 감동이 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군단장을 하면서 바로 대장이 된 경우가 거의 없고 현재 대장 중에는 ROTC 출신이 한 분 계시므로 곧바로 이어서 내가 진급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나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능치 못할 일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하여 전역사를 마무리해 나갔다. 먼저 37년 군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기도 하지만 나의 희망과는 달리 내가 전역하면서 이제 대한민국 육·해·공군 대장들 중에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되어 하나님 앞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행복’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포천의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대한민국 육군 대장까지 된 것, 그 자체도 너무나 행복하지만 정상에서 다시 내려갈 때의 뒷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었기에 행복이라는 말을 썼다. 더구나 나는 영예롭게도 일등급 보국훈장인 통일장까지 받게 되었으니 어찌 행복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썼다.

전역하는 내 세대보다 군에 남아있는 후배들이 훨씬 똑똑하고 성실하며 희생적이기 때문에 우리 군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의미였다. 전역식은 군 생활 중 가장 짧고도 길게 느껴진 행사였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