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의 보편적 정신 추구 정치와 결합해선 이룰 수 없어” 정태식 경북대 교수 주장

입력 2011-11-28 17:52

“절대적인 존재는 신(하나님)이지 기독교가 아니다. 신은 절대성을 지니지만 기독교는 절대성을 지니지 못한다. 기독교는 역사성(historicity)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교회는 기독교의 절대성을 버려야 한다.”

정치와 종교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최근 한국교회에 대한 정치종교사회학자의 제언이다. 정태식 경북대 교수는 25일 서울 대연동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사회역사학회(회장 최은봉), 한국종교사회학회(회장 김성건)가 주최한 공동학술심포지엄에서 ‘종교와 정치의 긴장과 타협’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의 기독교인 대통령인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에서 드러난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우선 필리핀의 고(故) 신추기경(Cardinal Sin)의 ‘종교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 “해서는 안 되는 정치는 특수 이익을 추구하고 폭력의 독점적 사용을 정당화 하는 정치 그 자체를 말하며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종교가 제시하는 보편적인 지향을 띤 정치적 활동과 그 성격을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정치와 종교가 결합할 때다. 정치가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되면 정치 행위의 미덕인 타협과 협상을 버리고 그 자체를 절대화하게 되는 반면, 종교는 정치와의 결합을 통해 개별주의적이고 특수 이익을 지향하는 정책과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는 절대화되고 종교는 상대화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게 되면 정적이 적의 차원을 넘어 악의 수준에 이른다. 이때 적은 악이 되고 자신은 선으로 승화된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이러한 맥락에서 전개됐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독교인 대통령들은 이와 같은 모습을 적잖이 보여줬다”며 “이승만은 자기가 중심이 돼 기독교를 통한 한국의 사회정치적 구원을 도모했고 김영삼과 이명박은 직간접적으로 기독교 중심적 정치 행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독교 신자 대통령과 보수적 개신교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 사이의 관계도 언급됐다. 보수 기독교의 종교적 욕구와 이데올로기적 욕구를 신자인 대통령이 심정적으로 또는 실제로 충족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기독교는 세상의 상대적인 제도나 기관의 하나로 스스로를 낮출 필요가 있으며 이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지 않음을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것은 신의 보편적 정신이며 이는 정치와의 결합을 통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치와 종교 사이의 긴장과 해소 과정에 대한 막스 베버의 논의도 설명했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예언자적 종교는 세상의 질서와 날카로운 긴장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 긴장은 종교가 진정한 구원 종교의 모습을 지니면 지닐수록 더욱 커진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