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대 ‘아이헌터’ 공포… 경찰 진압때 고무탄으로 눈 집중 공격, 실명사태 속출
입력 2011-11-27 10:01
시위대의 눈만 집중 공격하는 ‘아이헌터(The Eye Hunter)’를 조심하라.
28일 총선을 앞두고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집트 시위대가 ‘아이헌터’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며칠 동안 수도 카이로에서 시위대 5명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고 실명했다.
이집트 검찰은 “시위 진압 책임을 맡은 만수르 엘 에사위 내무장관이 곧 이 문제로 출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시위대의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는 증거가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시위대는 마흐무드 소브히 엘 시나위 진압군 중위를 ‘아이헌터’로 부른다. 이집트 민주화의 상징이 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시나위의 얼굴에 ‘지명수배’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현상금 800달러(약 93만원)가 걸려있다.
아흐메드 하라라는 눈을 잃은 희생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월 28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시위에 나왔다가 한쪽 눈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20일 카이로의 모하메드 마흐무드 거리시위를 벌이다가 다른 쪽 눈마저 잃었다.
하라라는 “지난 19일 오후 3시 무렵 타흐리르 광장에 도착했고, 시위행렬의 맨 앞줄에 섰다. 다음 날 새벽 3시 무렵, 7~10m 밖에서 고무탄이 눈으로 날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쓰러졌고 주변엔 최루가스가 가득했다. 그는 “친구가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병원을 세 군데나 들렀지만 바로 치료를 받진 못했다”고 말했다. 고무탄은 지금도 그의 눈에 박혀 있다.
한편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가 국정 혼란에도 28일 치러질 총선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마르샬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 사령관은 “현재 난관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파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집트 국영TV 등 현지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탄타위의 이 발언은 군부에 항의하는 10대 청소년이 경찰차에 치여 숨지고 일부 시위세력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별도의 ‘구국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나서는 등 정국의 격랑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