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美와 동맹관계 재검토”… 美 주도 나토군 오폭, 파키스탄 병사 24명 사망

입력 2011-11-27 23:51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오폭으로 2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병사가 최소 24명 사망하면서 미-파키스탄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동맹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과 주미 파키스탄 대사 메모 사건 등으로 갈등이 누적돼 온 양국 관계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 없는 공격”=워싱턴포스트(WP)는 파키스탄군의 말을 인용해 이날 새벽 2시쯤 나토군의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약 2.5㎞ 떨어진 모흐만드 지구 바이자이 마을에 위치한 초소 2곳을 공격해 파키스탄군 24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격은 존 알렌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아슈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 총장을 만나 국경 통제 문제를 논의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논의한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히나 라바니 카르 외무장관은 사건 직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 간 관계 개선이 어렵게 됐다”며 “인간의 삶을 완전히 무시한 이번 공격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파키스탄군은 나토 공격을 받을 만한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탈레반 무장세력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나토 공격으로 파키스탄 군 2명이 사망했고, 미국은 공식 사과했다.

관계 냉각 전망=미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지난 1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파키스탄인 2명을 살해한 데 이어 5월 미 해군 특수부대가 예고 없이 파키스탄 은신처에 숨어 있는 빈라덴을 사살함에 따라 크게 악화됐다. 이번 사태까지 터지자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 및 나토 산하 국제안보지원군(ISAF)과의 정치·외교·군사적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곧바로 미군과 나토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다. 미군 9만8000명을 포함한 13만명의 나토군은 아라비아해 항구 카라치로부터 군수품을 받아왔다. 또 파키스탄은 무인공격기 드론의 출격에 이용되는 비밀 공군기지(샴시)에서 15일 내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합동성명을 통해 “파키스탄군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며 “나토군의 조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양국 국민의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양국 간 동반자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도 파키스탄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파키스탄군의 죽음은 아프간군이나 국제지원군의 희생만큼이나 통탄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비극”이라며 깊이 사과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