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료봉사-국민일보·굿피플 주최] 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70여명에 ‘일일 종합병원’

입력 2011-11-27 19:23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이 27일 일일 종합병원으로 바뀌었다. 국민일보와 NGO 굿피플, 새사람선교회 의료봉사단이 함께하는 사랑의 의료봉사가 이곳에서 진행됐다. 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70여명이 무료 진찰을 받았다.

오후 1시부터 진료가 시작되자 로비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회의장에 들어섰다. 혈당·혈압 체크를 시작으로 내과, 안과, 피부과, 통증의학과, 치과 등 필요한 창구로 발길을 옮겼다.

가장 붐비는 곳은 소아과였다. “선생님, 주사 맞기 싫어요”라고 소리치는 아이도 과자와 사탕을 쥐어주니 투정도 사라졌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진료에 다들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평소 일반병원에선 아픈 곳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나누기가 어려웠으나 이곳에선 시간이 넉넉해 의료진과 자세하게 상담할 수 있었다.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오징징(35·여)씨는 “허리와 몸 구석구석이 아팠는데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통증의학과에서 주사를 맞고 약도 2주치나 받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것도 알게 돼 앞으로 건강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4세 아들과 함께 온 우혜림(30·여)씨는 “편두통과 위장병을 앓아왔는데 진료비가 부담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면서 “무료로 검진해주고 약까지 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의료봉사에 참여한 새사람선교회에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20여명이 2008년 9월부터 2개월에 한 번씩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등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교회 소속 소아과의사 심정옥(35·여)씨는 “복지제도가 뒷받침돼도 시간과 치료비 등 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다문화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됐다”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나오다 보니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정규(55·여)씨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익힌 외국어(영어·중국어) 실력을 발휘해 다문화가정 고객을 진료창구로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한씨는 “지난번 봉사활동에서 CT촬영으로 암 환자를 발견했다”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며,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사랑을 나누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