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1년 지금 안동은… “진앙지 꼬리표 떼자” 축사 3중 방역

입력 2011-11-27 19:17


“내년 7월쯤이면 비어 있는 축사가 돼지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서현축산단지 내 양돈농민 양귀출(49)씨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낸 뒤 이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29일이면 지난해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1년. 전국을 구제역 광풍 속으로 몰고 갔던 진원지 안동의 이 축산단지는 이후 약 10개월간 가축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양씨가 지난 9월 돼지 180두를 입식해 정성껏 돌보고 있는 데다 내년 1월쯤이면 이들이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같은 마을 전문길(61)씨도 비슷한 시기에 돼지 200여두를 입식하는 등 축산농민들이 재기에 나서고 있다. 양씨와 전씨의 입식 소식에 나머지 3개 농가도 입식을 서두르고 있다.

서현축산단지는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5개 양돈농가에서 사육하던 1만6000여두의 돼지를 매몰 처분했다. 양씨와 전씨도 각각 2000여두가 넘는 돼지를 땅에 묻고 애통해 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최초 신고자였던 양씨는 경찰 조사까지 받는 등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9일 돼지를 땅에 묻고 난 뒤 약 10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대재앙의 진원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 때문에 축산단지 입구의 마을회관에는 ‘서현양돈단지 재입식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 있다.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던 양씨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판단, 서둘러 돼지 입식을 결정하고 마침내 지난 9월 16일 새끼돼지 180두를 비어 있던 축사 1개 동에 풀었다. 양씨는 “그동안 방치했던 사육 장비들을 수리하는 등 본격적인 입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7월 3000여두의 돼지가 축사 4개동을 가득 메울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상기된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을 겪은 뒤 축산단지도 많이 변했다. 이젠 단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입구에서 대인소독기를 거친 뒤 다시 차량소독기를 통과해야 한다. 또 축사 안으로 진입하려면 축사 입구에서 또다시 대인소독기를 거쳐야 하는 등 방역이 3단계로 강화됐다.

양씨는 “파동 이후 방역 절차가 강화된 것은 물론 축산농가들도 청결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약간의 이상 징후만 발견돼도 즉각 신고하는 등 관리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됐다”며 “백신 접종도 철저히 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윤한 안동시 축산진흥과장은 “축산농민들이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입식을 서두르는 모습에서 축산업의 미래가 다시 밝아지는 것 같다”며 “이들이 하루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