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이자만 56조 부담 눈덩이… 내수 ‘빨간불’

입력 2011-11-27 19:07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서 이자 부담액이 올해 처음 5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방침을 세우자 신규 대출에 고금리를 매기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바닥나 내년 내수경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의 ‘시중은행 금리대별 대출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5% 이상 금리가 적용된 대출은 64.6%(잔액 기준)로 지난 1월 말 48.7%보다 15.9%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에서 7% 이상 고금리를 적용한 대출 비중은 올 초 6.3%에서 지난 9월 9%로 2.7%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449조6000억원 중 40조4640억원에 7% 이상의 높은 금리가 적용된 것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은행채 시장금리가 상승해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 대출자 부담도 커졌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 1월 잔액기준 3.70%, 신규취급액기준 3.47%에서 지난달 각각 3.95%, 3.71%로 0.25% 포인트, 0.28% 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에 각 금융기관별 평균 대출금리를 적용, 추산한 이자액은 5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1173조원의 4.8%를 차지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기관별 고객 이자부담은 은행이 26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카드·캐피털사 7조4000억원, 농협 6조4000억원, 보험사 5조3000억원, 새마을금고 2조1000억원, 신협 1조6000억원, 저축은행 1조6000억원, 공적금융기관 1조4000억원, 연기금 6000억원, 장학재단 3000억원, 신탁·우체국 예금 700억원 등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가계 소비마저 급격히 축소돼 우리 경제가 수출은 물론 내수에서 부진을 겪으며 안팎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