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고졸 신입 면접 현장 가보니… 당찬 학생들 “대졸 간판보다 전문성”
입력 2011-11-27 23:52
27일 오전 고졸 신입사원 채용 면접이 진행된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3층. 16층에서 적성검사와 작문시험을 마친 지원자들이 순서에 따라 면접장으로 내려왔다. 면접에는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대표이사 사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304호 면접장에는 강보라(18·미림여고 3·여)양, 정원준(18·서울사대부고 3)군, 김형상(18·양정고 3)군이 한 팀으로 들어왔다. 남 사장은 먼저 자기소개를 주문했다. 남색 후드티에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앳된 얼굴의 강양은 “회사에 여직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활발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으로 회사의 분위기메이커가 되겠다”며 “나를 놓치면 대우조선해양에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세 명의 학생들은 면접관들의 어려운 질문에도 당차게 대답했다. “회사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군은 “동료 간의 신뢰와 믿음”이라고 답했다. 남 사장이 “대학에 진학하는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심 상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군은 “대학은 나중에도 갈 수 있지만 고졸 신입사원의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자존심 상할 것이 아니라 월급으로 멋있게 한 턱 쏘면서 친구들이 부러워하도록 하겠다”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이 상무가 “친구들이 가는 웬만한 대학을 나와도 우리 회사에 들어오기 힘들다”고 말하자 지원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남 사장이 “대학에도 붙고 이 회사에도 붙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또 물었다. 내신 성적도 상위권인 세 학생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빛이 스쳤다. 강양은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에 대학에 가는 것보다 회사에서 전문성을 기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처음엔 대학에 더 가고 싶었지만 취업하게 된다면 남들보다 4년 먼저 사회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고졸 신입사원 채용에는 100명을 뽑는데 32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면접 대상자는 5∼10배수로 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합격자들은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인사, 회계, 노무, 생산관리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게 된다.
면접을 마친 남 사장은 “고졸 출신이라도 회사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6∼7년 후 같은 또래의 대졸 출신들이 입사했을 때 이들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고졸 출신은 입사 후 승진의 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고졸 출신을 뽑아 임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 꼭 대졸자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고졸 채용인원을 대졸 수준으로 점차 늘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