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원조총회 개막] 단순 제공보다 개발로 이어지도록… 원조 새 틀 짠다

입력 2011-11-27 18:54


최고 권위의 개발원조 분야 국제회의로 평가받는 세계개발원조총회가 29일∼12월 1일 사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2003년 로마, 2005년 파리, 2008년 아크라(가나)에 이어 4번째다. 특히 이번 총회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국가에서 열리는 첫 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느덧 개발원조 주도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160여개국 정상·각료급 정부 대표와 70여개 국제기구 대표, 의회·시민사회·학계 대표 등 모두 2500여명이 참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개회식에서 축사를 한다.

◇‘더 많은 원조에서 더 좋은 원조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이 총회를 주최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국제 개발원조의 새로운 ‘틀 짜기’가 시도된다. 서구 선진국 일변도인 원조에서 탈피해 다양한 공여 주체들이 동참한 가운데 수혜 후진국이 주인의식을 갖고 효과적인 개발에 나서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는 쪽’이 일방적으로 원조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받는 쪽’이 스스로 우선순위와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공여국이 돈을 제공하는 맞춤형으로 바뀌는 셈이다. ‘주는’ 원조에 그치지 않고 개발로 이어지는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제고로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남북협력’(선진국-개도국) 위주였던 개발협력 방식도 ‘남남협력’(개도국-개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조가 효과적인 개발로 이어지려면 ‘돈’ 못지않게 ‘개발 노하우’ 전수가 중요하고, 그러려면 신흥 개도국 간 협력이 원활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번 총회에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을 초청 명단에 ‘파트너’ 자격으로 넣었다. 이전까지는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만 총회에 참석했다.

◇주요 행사와 의미=29일부터 2박3일간 열리는 공식회의는 과거 원조시스템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원조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순으로 꾸려진다.

우선 29일 첫날은 ‘파리선언 이후의 진전사항’을 주제로 한 전체회의로 문을 연다. 2005년 프랑스 파리에서 합의한 파리선언(원조 효과성 제고 원칙)과 2008년 가나 아크라에서 합의한 아크라 행동계획(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 강화) 등의 내용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30일부터는 첫째 날 논의한 내용을 이어받아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한다. 30일에는 원조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고, 원조 방식 이원화 및 기관 간 중복 원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는다. 12월 1일엔 전날 논의를 바탕으로 본회의를 진행하고 폐막식에서 공식회의의 결과문서인 ‘부산선언’을 채택한다.

공식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제 원조와 관련된 다양한 포럼도 열린다. 공식행사 전인 28일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포럼, 29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포럼, 30일에는 민간기업 포럼이 계획돼 있다. 국제 원조에 앞장서고 있는 전 세계 400여곳 비정부기구(NGO)가 한자리에 모이며, 민간기업 포럼에는 반 사무총장과 김성환 외교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글로벌 콤팩트 코리아 회장 등이 참석한다.

29일 열리는 ‘아프리카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포럼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참석한다. 또 30일에는 여성의 역량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성 특별 세션이 진행되는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석해 눈길을 끈다. 클린턴 장관은 평소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번 총회 참석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