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강좌에 대행까지… 막가는 e ‘무법지대’

입력 2011-11-27 23:48


인터넷 공간이 해킹 무법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수준별 해킹 강좌가 이뤄지고, 해킹 대행 흥신소까지 등장했다. 해킹 기술의 확산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기술을 익힌 고교생이 범죄자가 되기도 했다.

27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해킹’이라는 단어를 입력한 결과 수백개의 관련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가 검색됐다. 일부 회원이 ‘해킹하는 법을 알려 달라’고 이메일 주소를 남겨 놓으면 답변이 전달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로 침입해 상대방이 자판으로 입력하는 내용을 엿보는 기술 등 다양한 해킹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왕초보 해킹 배우기’부터 초급·중급·고급 등 수준별 해킹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해킹 알선도 이뤄진다. ‘해킹을 의뢰하고 싶다’ ‘능력되는 해커 모신다’는 글을 띄우면 해커들이 쪽지를 보내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가격을 협상하는 식이다. 네이트나 싸이월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부터 특정 회사의 사이트 공격 등이 거래 대상이다.

전문적으로 해킹을 대행해주는 흥신소까지 생겼다. 이들은 의뢰자의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수고비만 주면 해킹 부탁을 들어준다. 개인 블로그에는 ‘실제 해킹해봤더니…’라는 경험담도 떠돈다.

해킹 프로그램의 거래도 늘었다. 상대방 컴퓨터에 침입하거나 네트워크에 혼란을 불러오는 ‘해킹 툴’은 20∼100개 묶음에 3000∼1만원이 오간다. 해킹 프로그램을 사고 싶다는 메시지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남기면 이메일을 통해 전달된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해킹 정보를 습득한 청소년이 사이버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악성코드를 제작·유포해 네티즌의 게임머니를 탈취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입건된 권모(18)군이 그 예다. 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전공자가 아닌 고3 학생인 권군은 인터넷 해킹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관리 당국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우리가 게시물을 전부 삭제할 수 없어 포털 사이트 관리자에게 자체 검열을 맡기고 있다”면서 “외국 서버에서 운영되는 사이트는 단속할 수 없고 프로그래밍 정보와 해킹 정보의 구별이 어려운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회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넥슨으로부터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 관련 시스템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넥슨은 지난 24일 메이플스토리의 백업서버가 해킹돼 1320만명의 이름,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이나 내부자 소행, 내·외부 공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천지우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