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직원들, 성폭행 신고뒤 ‘축하의 춤’… 다시 고개드는 ‘스트로스칸 음모론’
입력 2011-11-28 01:26
지난 5월 발생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호텔 여종업원 ‘성폭력’ 사건이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이 다시 강력히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에드워드 엡스타인이 격주간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26일(현지시간) 실은 장문의 기사에는 내년 4월 재선에 도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 측의 연루 사실을 암시하는 매우 민감한 정황들이 포함돼 있다. 스트로스칸은 당시 사회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었다.
사건은 프랑스 호텔 체인 소피텔 뉴욕호텔 28층에서 5월 14일 오후 12시7~13분 일어났다고 엡스타인은 보도했다. 스트로스칸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한 이는 기니 출신의 여종업원 나피사투 디알로(32). 이후 호텔 감시 카메라에는 호텔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이어우드가 디알로와 함께 있던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와 함께 걸어가다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잡혔다. 두 사람은 3분 가까이 그곳에서 ‘축하의 춤’까지 추며 기뻐했다. 엡스타인은 이 두 사람이 ‘왜, 무엇을 기뻐했을까’라고 썼다.
소피텔 호텔을 보유한 프랑스 그룹 아코르의 보안국장인 존 쉬한은 오후 1시3분 호텔로부터 전화를 받고 현장에 왔다. 그는 오는 동안 아코르그룹 보안 총책임자인 르네 조르주 퀘리와 통화했다. 퀘리는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이 앉기로 예정된 파리의 축구 경기장 특별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 스트로스칸이 분실한 블랙베리폰도 논란의 핵심이다. 스트로스칸은 사건 당일 아침 블랙베리폰이 해킹당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사르코지 소속 정당인 UMP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그가 부인 안네 싱클레어에게 최근 보낸 이메일이 UMP 내에서 읽혀지고 있다고 알려온 것.
그는 이날 파리로 돌아가는 즉시 휴대전화를 전문가에게 맡겨 해킹 유무를 알아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트로스칸이 여종업원 디알로와 성 접촉 이후 호텔에 두고 나온 이 블랙베리폰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의 블랙베리폰은 소피텔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이 전화기의 전자회로는 사건 발생 40여분 뒤인 오후 12시51분에 멈췄다.
여종업원 디알로의 사건 전후 행방도 의문투성이다. 그는 스트로스칸의 호텔방을 나온 뒤 복도 구석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디알로가 스트로스칸의 방에서 나온 직후인 12시26분 같은 층에 있는 2820호에 들어갔다는 카드 열쇠 기록이 확인됐다. 또 디알로는 스트로스칸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도 2820호에 들어갔고, 그때 그 방 손님의 신원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편 프랑스 집권당 UMP와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은 스트로스칸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이 보도에 대해 각각 ‘기괴한 이야기’ ‘순전한 환타지’라며 부인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