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집회·시위 많아… 폭력·과격화 양상

입력 2011-11-27 18:40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집회·시위 문화가 과격하게 흐르는 이유에 대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집회·시위가 이념적인 성격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통제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의기능 회복과 법질서 경시풍조를 바로 잡는 두 가지 흐름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27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는 것은 국회가 사회 갈등을 수렴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농민과 같은 시위대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격렬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념이 폭력을 부른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우리 집회 문화는 지나치게 이념적이다. 개인적인 소집단의 이해관계를 표출하는 집회라면 적절한 방식으로 협상과 통제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념과 결부되면 상대가 적군이 되고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돼 과격해지고 폭력적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진단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과격 시위의 근원을 민주화 과정과 결부시켜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민주화 시대 이전에는 법에 억압적인 요소가 많았다.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같은 법집행 기관에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민주화가 이뤄지기 전과 현재는 여러 가지 여건이 다르므로 법집행 기관에 대한 폭력은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집회·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무형의 폭력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FTA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시점에 집회와 관련된 비판적 견해를 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제 신상털기는 물론이고 제 가족들도 인터넷이나 SNS상에서 공격을 당할 수 있어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집회·시위 문화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덜 폭력적이며 경찰의 시위 대응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우리 시위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동적 폭력은 잘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영국의 훌리건이나 미국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폭동 수준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최영준 교수도 “한겨울에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는 나라는 본적이 없다. 시위대와 공권력이 폭력적으로 상호 작용할 때 폭력시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