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몰매… 無法 판치는 FTA 시위

입력 2011-11-27 23:24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처리 반대 집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불법·폭력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 집회를 통제하던 현직 경찰서장 등 경찰관 38명이 시위대로부터 폭행당했다. 폭행 가담자 중에는 중고생도 있었다. 집회 때마다 도로 점거가 이어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청소년까지 가담해 공권력에 폭행을 가하고,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현재의 집회·시위 문화에 대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26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세종로1가 동화면세점빌딩 앞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집회에 참가한 정치인들과 면담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시위대에게 얼굴과 머리 등을 폭행당하고 경찰 정모를 빼앗겼다.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시위를 막기 위해 공무를 수행하던 경찰서장이 폭행당하고 경찰관이 부상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폭력사태가 또 발생했다”며 “경찰의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거나 경찰관 폭행 등 불법·폭력 행위를 하는 경우 단체와 주동자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서울청장은 박 서장이 우회하지 않고 흥분한 시위대를 통과해 폭행을 자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공권력 도전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엄격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복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행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시위대의 의사표현 자유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공무집행방해 및 집단적 폭력행위는 법치국가의 기본을 부정하는 범죄행위로 결코 묵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박 서장이 시위대 한복판으로 들어가 폭력을 유도하는 듯한 상황을 만든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박 서장을 포함해 경찰관 3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하모 경감은 “시위대로부터 갑자기 목 뒷부분을 가격당했다”며 “유니폼을 입은 인권위 관계자가 상황을 제지해 큰 사고는 피했지만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경찰관이 시위대가 던진 물병에 맞아 코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경찰은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54)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폭행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분석해 김씨의 신원을 확인,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8월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 대사의 차량에 물병을 투척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박 서장 폭행에 가담한 다른 용의자를 추가 검거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또 시위에 참여해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모두 19명을 연행, 중고생으로 확인된 3명을 훈방하고 나머지 16명을 조사하고 있다.

시위문화를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의 날 선 공방은 또다시 반복됐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집회·시위도 법의 테두리 영역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법을 어기는 것이 문화로 굳어지고 있다”며 “국가가 법 집행을 엄격히 하고 학교 교육과 사회 교육을 통해 준법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