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 초읽기?… 벨기에 신용등급 13년 만에 강등
입력 2011-11-27 23:40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가 임박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금융권은 이에 대비하는 비상계획 마련에 돌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1월 유로존에 가입한 벨기에의 신용등급이 13년 만에 강등되고,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7%를 넘어 8%대까지 올라서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독일과 프랑스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 위기로 내년 초 영국 경제까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착역’ 치닫는 유로존 위기=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현지시간) 벨기에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13년 만에 첫 강등이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과도하게 그리스 국채를 보유했던 합작은행 덱시아의 파산 임박에 따른 정부 자금 투입 등이 등급 하향조정 배경으로 꼽혔다. 24∼25일 불과 이틀 동안 유럽에서 강등조치를 당한 국가는 포르투갈, 헝가리를 포함해 3곳이다. 벨기에 국채 금리도 1주일 전보다 1% 포인트 이상 올라 6%대에 근접했다.
그만큼 위기가 주변국에서 핵심국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프랑스어와 네덜란드 언어권 사이의 갈등으로 531일간 무정부 상태였던 벨기에는 26일 올해 대비 약 10%의 예산을 삭감하는 내년도 예산 감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커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또한 이탈리아가 지난 25일 발행한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8.13%까지 치솟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2년 만기, 6개월 만기 국채 금리 역시 한 달 전과 비교해 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제 유럽 주요 국가들이 신흥국인 아시아, 남미 등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야 할 판이다.
붕괴될까=미 민간 정보분석 업체 스트랫포는 27일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NYT도 유로존 붕괴를 놓고 역내 은행들은 ‘그럴 일이 없다’는 분위기인 반면 미국, 아시아 주요 은행과 금융감독기관들은 이미 플랜B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국채 발행 실패와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이유였다. 메릴린치와 바클레이즈, 노무라 등은 지난주 관련 보고서를 쏟아냈다. 미 금융 당국도 씨티그룹 등에 유로존 익스포저(위험노출)를 줄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 및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유로화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붕괴 가능성을 일축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안정협약’을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로존 정부가 예산안을 계획·집행할 때 서로 재정 안정화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6000억 유로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현지 일간 라스탐파가 IMF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