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국면 전환·MB와 차별화… 與, 예산안 심사 ‘다목적’

입력 2011-11-27 17:56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심사를 다목적 카드로 이용할 심산이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이후 꽉 막힌 여야 관계의 물꼬를 트는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증액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확실한 차별화까지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9일 쇄신 연찬회를 끝낸 뒤 다음 주 중 고위 당·정·청 회동을 갖고 정부 측에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내 ‘신주류’인 친박근혜계와 쇄신파는 당 지도부에 세출예산 총액을 1조∼2조원 규모로 늘려 민생예산 3조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예산을 통해 국면전환을 하려는 시도는 지난 8일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에서부터 본격화됐다. 박 전 대표는 김영선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정책노선 변경과 예산 반영이 쇄신과 개혁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의원들이 꼽는 ‘4대 정책쇄신’ 분야는 청년실업, 노인빈곤, 비정규직, 보육·교육 등이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취업활동수당 신설,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대학등록금 및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의 예산증액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민본21’을 비롯한 당 쇄신파가 공감대를 표했고, 홍준표 대표까지 ‘준수정예산에 버금가는 민생예산’을 강조하면서 홍 대표, 친박계, 쇄신파 3자가 민생예산 증액 연합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당의 요구에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여당 간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민생예산 증액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행 중인 국회 예산심사도 갈 길 먼 한나라당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무효화에 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한·미 FTA 무효화 투쟁을 전개하는 중이라 예산안 심사 복귀에 대해 논할 상황이 아니다”며 “현재로선 복귀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를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역구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난뿐 아니라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방치할 경우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어서다.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2월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미뤄도 남겨진 시간이 촉박하다”며 민주당의 예산심사 동참을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한·미 FTA 지원 예산이 민주당의 깐깐한 잣대와 기준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28일 오전 예산조정소위를 소집하고 단독으로 예산심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예산심사 파행이 계속될 경우 비쟁점 예산의 감액부터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열 김원철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