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교육기부’로 창의적 인재 양성 동참하세요”
입력 2011-11-27 17:34
국민은행 의왕역 지점의 최기복(48) 부지점장은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고에서 일일강사로 나서 실무경제를 강의했다. 곧 대학생이 될 고교 3학년 80여명에게 신용관리 방법, 보이스피싱·금융사기 예방법 등을 2시간 동안 가르쳤다. 최씨는 “청년들이 경제지식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금융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많아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며 “교사나 학부모가 가르치기 힘든 경제지식을 가르치니 질문도 많이 하고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까지 초·중·고교에서 20여 차례 강의했다. 국민은행은 2009년부터 ‘KB WiseGreen’ 봉사단을 만들어 초·중·고교생 및 취약계층을 방문해 금융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130여 차례 1만5000여명에게 방문교육을 했다.
국민은행의 경제교육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꼽은 ‘교육기부’의 대표적 사례다. 교과부는 최근 기업 대학 등의 교육기부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하고 있다.
◇돈이 아니라 교육을 기부한다=교육기부는 기업·대학·공공기관·개인 등이 유·초·중등 교육에 인적·물적 자원을 비영리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방식은 교사 대상 전문·심화 연수 제공, 학생 대상 진로·체험 프로그램 실시, 첨단 교육시설이나 기자재 제공, 소외·낙후 지역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실시 등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기업이나 은행이 전문성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2009년부터 충북반도체고등학교에서 맞춤형 산학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습장비를 기증하거나 실습실을 구축해주는 한편 교사에게 장·단기 연수를 제공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는 사례도 있다. 외환은행은 2009년부터 ‘청소년 인턴십 체험단’을 꾸려 고등학생 대상으로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매년 500명을 대상으로 은행에서 현장 실무를 가르친다.
기업뿐 아니라 전문대도 진로체험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동의과학대, 부산전문대 등은 바리스타, 승무원, 제과·제빵 등 다양한 직업세계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진로체험 캠프를 운영 중인 전문대는 지난해 3곳에서 올해 48곳으로 늘었다.
교육기부는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됐다. 보잉사의 ‘스페이스 캠프’는 대표적 교육기부 프로그램이다. 보잉사는 1992년부터 매년 전 세계 수학·과학 교사 700여명을 초청해 항공 우주 공학 프로그램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주일간 우주비행사 훈련 체험을 하는 등 다양한 연수를 받는다. 현재까지 전 세계 1만4000여명의 수학·과학교사가 참여했다. 3M도 84년부터 중·고교 수학 교사를 초청해 6주간 기업 연구실에서 산업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과부, 양해각서(MOU) 체결 등 교육기부 속도 내=교과부는 그동안 기업이 산발적으로 실시하던 사회공헌 활동을 교육기부 범주로 묶어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과 학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학교는 교육기부를 받고 싶어도 비용이나 전문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과부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SK텔레콤, 타타대우상용차, 현대자동차 등과 협약을 맺고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부터 ‘오토스쿨’을 개설해 유아부터 초·중·고교생, 학교장·교사를 대상으로 자동차 산업 및 관련 기술 등 다양한 연수와 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하수처리장 등 운영시설에 대한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키로 했다. 교과부는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와도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개발, 확대 운영키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교과부는 교육기부자를 적극 발굴해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매칭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 3월까지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 또 양질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단체를 ‘교육기부 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들에는 ‘교육기부(DE·Donation for Education)’ 인증마크를 줘 사회적 인식을 높인다. 지금까지 기업·대학 등 80곳이 인증마크를 받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