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황병무] 美·中 세력 각축 주시해야

입력 2011-11-27 17:44


최근 다자 국제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가열되고 있는 세력경쟁이 주의를 끌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일본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배제한 아·태 자유무역지대로 경제적 포위망 구축 의사를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오바마는 호주에 미 해병대 2500명 주둔 계획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맹방인 호주는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호주 정부는 미국이 군사 전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위성추적 지상국’ 설치를 중국에 허가했다.

아시아 패권 놓고 치열한 대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고립을 겨냥해 남중국해와 미얀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동아시아정상회의 18개 회원국 중 16개국이 남중국해 해양 안보에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은 관련국 사이의 협상으로 해결해야’한다며 외세개입을 배제할 뜻을 밝혔다. 원 총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존 차관 150억 달러 외에 10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추가제공과 남중국해 항해안전을 위해 해상안전협력기금 출연도 약속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과 손잡은 필리핀에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는 최근 힐러리 장관이 마닐라만에 정박한 구축함 피츠제럴드호에 올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 필리핀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국무장관을 다음달에는 인권탄압 국가로 비난해온 미얀마로 보내 맹방인 중국 흔들기를 노리고 있다.

1997년 발표된 미국의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는 중국을 21세기 미국에 ‘필적할 경쟁자‘로 인정하고 전략의 중심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을 건의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연설에서 “정치적 미래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결정될 전망이며 미국은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결과에 중심을 두며 원칙과 이해에 부합하는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 미국은 오늘날 재정적자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릴 출구인 아시아 지역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2010년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에서 1700억 달러 적자를 보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2000억 달러 흑자를 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무역 흑자는 동아시아의 생산 네트워크보다 과소평가된 환율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위안화 평가절상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에 미칠 파장 대비하길

중국은 핵심 이익의 불가침에 원칙적 입장을 취하지만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타협적이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주도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취한다. 세력전이 중국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나 이러한 정책 방향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군사력과 위안화의 열세, 아시아 국가와의 연합 능력 부족을 쉽게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손잡은 아시아 국가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한다고 인식할 때 강경정책을 펼 수 있다. 이를 위한 경제적, 군사적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미·중 간 세력 경쟁의 파장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우리 외교의 주도 역량을 제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중 경제 협력과 발전에 안보논리의 개입도 차단해야 한다.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