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에 새 생명… 두 천사의 ‘추수감사절 선물’

입력 2011-11-25 21:43

추수감사절 아침, 두 명의 아이가 다른 12명에게 새 생명의 빛을 주었다. 두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나면서, 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미국 abc방송과 폭스뉴스 등은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총격 사건으로 숨진 8세 소녀 해나리 미셸 서틀스와 14세 소년 자카리 리 스미스의 장기가 다른 12명에게 기증돼 수술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해나리의 장기는 5명에게, 자카리는 7명에게 각각 기증돼 모두 12명이 제2의 생명을 얻게 됐다고 캐롤라이나 장기기증 센터는 밝혔다.

두 아이가 불행히도 사망한 것은 지난 20일. 범인은 메리 앤 홀더(36·여)로, 자카리는 그녀의 아들이었고 해나리는 조카였다. 두 아이 모두 홀더와 같이 살고 있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홀더는 당일 집과 다른 두 곳을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 자신의 두 아들과 조카 등 6명을 숨지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경찰은 홀더의 집에서 그가 작성한 노트 두 권을 발견했으나 아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역시 홀더가 양육 중이었던 해나리의 오빠 리처드 서틀스(17)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회복하기 어려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가족 대변인인 에리엘 라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기가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리처드에게 장착돼 있는 생명 연장 장치가 떼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bc방송은 미국 내에서 18세 이하 어린이 1900여명을 포함해 모두 11만명 이상이 애타게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맞는 장기를 기증받지 못할 경우 이들은 끝내 숨지고 마는 것이다.

이 방송은 의료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숨진 한 명이 장기를 기증할 경우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소장 등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면서 최대 8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직 기증까지 포함하면 50명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2010년의 경우 2만8000명 정도가 장기 기증의 도움을 받았다.

추수감사절에 전해진 두 아이의 장기 기증 소식은 미 전역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당시 사건현장을 수습한 듀런드 덜린 보안관은 “우리 모두가 떠나간 아이들이나,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