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엔 ‘의료 한류’… UAE 환자 유치 오일달러 번다
입력 2011-11-25 18:25
국내 의료기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보건청과 국가 차원의 첫 환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 국가로부터 본격적으로 환자를 유치할 ‘의료 한류’의 교두보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4개 의료기관이 25일 자이드 다우드 알 식섹 아부다비 보건청장과 아부다비 환자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참여한 의료기관은 아부다비 보건청이 직접 지정했으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다.
아부다비는 자국 내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 3000명가량을 매년 외국으로 송출하고 있다. 이들의 치료비는 전액 보건청에서 지불하며 1인당 평균 2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아부다비는 UAE는 물론 걸프협력국가(GCC)들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해외환자 유치 사업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아라비아반도 동부에 있는 아부다비, 두바이, 아지만 등 7개 에미리트(아랍 토후국)로 이뤄진 나라다.
협약에 따라 아부다비 보건청은 자국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내년부터 이들 의료기관으로 보낼 계획이다. 치료 후 6개월 이내 비용청구서를 보건청에 보내면 보건청은 주한 UAE 대사관 금융 담당 부서를 통해 45일 이내에 원화로 지급한다. 주한 UAE 대사관 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도 설치된다.
아부다비는 모든 국민에게 전액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 의료 인프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독일이나 영국 태국 싱가포르 등에 환자를 보내 치료해 왔다. 아부다비 당국은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방문해 의료 수준을 확인했고, 10월 한국 실무단이 아부다비를 방문해 합의를 도출해냈다.
UAE 전체에서 정부 지원 없이 자비로 외국 병원을 찾는 환자는 13만명에 이른다. 아부다비는 대부분 국민이 40세 이하(평균 연령 22세)로 젊은 국가이지만 당뇨병 발병률이 22%에 달할 정도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건복지부 측은 설명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한국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가 우수하며 치료 과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이라 앞으로는 주로 한국에 환자를 송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960∼70년대 오일·건설을 기반으로 한 제1차 중동 붐에 이어 21세기 의료를 기반으로 한 제2차 중동 붐에 해당되는 ‘의료 한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을 방문한 알 하멜리 아부다비 보건청 의장과 알 식섹 보건청장 등은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협약을 체결한 국내 4개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민태원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