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해외 명품브랜드 사냥… 값싼 매물 싹쓸이
입력 2011-11-25 20:38
국내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 쇼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계 명품업체들도 경영난을 겪으면서 값싸게 나온 매물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 국내 업체들은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해 국내 소비자층을 늘리고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제일모직은 25일 이탈리아 해외 현지법인(Samsung Fashion. S.r.L)이 이탈리아의 최고급 가죽 명품 브랜드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콜롬보)’ 지분 100%를 인수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콜롬보는 1937년 밀라노에서 어거스트 콜롬보가 만든 고가의 악어백 명품 브랜드로 70∼90년대 모나코의 캐럴라인 공주 등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제일모직은 “글로벌 사업을 위해 80년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 콜롬보를 인수했다”며 “구찌그룹이 인수해 세계적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보테카 베네타 등을 벤치마킹해 세계 명품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콜롬보’를 에르메스와 루이비통급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2013년 중국,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해 2020년까지 매장 100개, 매출 30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의 유명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을 300억원에 사들였다.
최근 해외 브랜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이랜드. 이랜드는 지난 7월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을 금융부채를 포함, 7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라리오’, 이탈리아 여성용 스포츠 의류 ‘벨페’, 영국 스코틀랜드 캐시미어 브랜드 ‘피터스콧’, 스코틀랜드 니트 의류 ‘록캐런 오브 스코틀랜드’ 등을 사들였다.
휠라코리아는 미래에셋 사모펀드와 손잡고 지난 6월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브랜드를 보유한 미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를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품에 안았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유명 브랜드 인수가 활발한 것은 무엇보다 매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브랜드 제조업체들도 경영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은 내수 성장성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면서 값싸진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계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해외 브랜드를 인수할 가장 좋은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며 “유명 브랜드 인수를 통해 보다 쉽게 해외 사업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성공을 보장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이고 새로운 사업군을 구축하는 등의 확실한 전략이 있어야 해외 브랜드 인수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희 권지혜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