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정국 주도권 확보 전략 먹힐까?
입력 2011-11-25 18:1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계기로 한나라당 내 ‘홍준표 비토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직후 친이명박계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FTA만 처리되면 본격적으로 홍 대표 사퇴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잇단 설화(舌禍)로 지도력에 흠집을 입은 홍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었다. 일각에선 29일로 예정된 당 쇄신 연찬회가 홍 대표 성토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친이계 의원들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교체는 지금 타이밍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원희목 의원은 “지도부 교체보다 지금은 당이 하나로 뭉쳐 변화된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번 FTA 처리 과정에서 당 대표 역할이 상당히 있었다는 인식이 다 있다”고 소개했다.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들 역시 “주말에 당내외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해 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처럼 이들이 ‘신중모드’로 돌아선 것은 당내 주류로 부상한 친박근혜계가 움직이지 않는 한 홍 대표 교체론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홍 대표가 좋아서라기보다 지도체제를 바꿀 경우 결국 판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지각변동도 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친박계는 현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쇄신 연찬회를 계기로 민생·복지 분야에서의 정책기조 전환을 통해 다시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친박계와 쇄신파는 한·미 FTA 후속대책 보완, 민생예산 대폭 증액, 부자 증세 등에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일각에선 ‘거국내각 구성’ 등을 청와대에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김기현 대변인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쇄신 연찬회가 조용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공천개혁’이라는 핫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갈이 공천 논쟁이 격화된다면 쇄신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움켜쥐려는 당 지도부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로부터 공천권을 분리하는 문제가 결국 연찬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쇄신 주도권 논란도 예상된다. 권택기 의원은 “지도부는 의회와 일상적인 당무를 맡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외부 인사가 중심이 된 당 혁신위원회를 꾸려 ‘2040세대’ 문제 등을 해결하는 개혁안을 여기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의원은 한술 더 떠 “법륜 스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물론 민주당 내 진보 통합에 부정적인 인사들까지 포함해서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영·호남 정치세력이 통합하는 국민통합중도개혁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