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거듭한 손학규… ‘수정통합안’으로 정면돌파
입력 2011-11-25 22:01
민주당이 이른바 ‘수정통합안’으로 ‘중(中)통합’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7일 통합전대를 열되 지도부는 내년 1월에 뽑는 방안이다. 독자전대파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세가 예전 같진 않다는 분석이다.
◇중재안의 승리=지난 23일 중앙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손학규 대표는 하루 칩거 후 의원총회 카드를 빼들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자신의 통합전대안이 지지를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 대표는 중앙위에서 독자전대파들이 우세해 보였던 건 일부 동원된 당원들의 세몰이 탓이라고 보고 있다.
예상은 적중했다. 손 대표의 ‘원샷통합안’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독자전대안’, 새로 등장한 수정통합안이 맞붙은 의총장에서 독자전대파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5시간15분간 진행된 의총의 발언자 35명 중 70% 이상이 통합전대안 또는 수정통합안을 지지했다.
궁지에 몰리자 박 전 원내대표는 대뜸 “아무리 통합을 놓고 이견이 있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폄훼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모 의원이 기자들에게 김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고, 일일이 기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손 대표는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박 전 원내대표는 “진실게임을 하자는 거냐”고 발끈했고 손 대표는 “그런 얘기 한 사람 없다잖아요. 어디서 지금…”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당권 주자들 합의 필요=다음달 17일 통합전대를 열어 통합을 완료한 뒤 통합정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여유를 갖고 내년 1월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중재안은 이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용섭 대변인은 “원샷통합안 원칙을 지키면서 독자전대파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안”이라며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의총에서 사실상 추인 받은 수정통합안을 들고 당권주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모든 지도부 출마 예정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중앙위에서 표결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은 “당장 오늘 밤부터 접촉을 시작할 것”이라며 “혁신과통합 등 다른 통합세력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독자전대파의 대응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독자전당대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흘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당을 깨자는 거냐’는 비판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