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싸움 미국에 제3세력 뜬다… ‘아메리칸스 일렉트’ 단체 주도

입력 2011-11-25 18:09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편향되지 않는 미국 중도파들이 뿔났다.

의회 슈퍼위원회의 연방적자 해소방안 마련 실패, 건강보험법안 대립 등 민주당과 공화당의 끝없는 당파적 싸움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제3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기존의 정치시스템(정당)이 아닌, 유권자가 직접 뽑아 내보내는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것이다. 내년에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후보 외에 제3의 대안 후보를 내자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미국 정치 역사 자체인 민주·공화 양당 구도를 깨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아메리칸스 일렉트(Americans Elect)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최초의 비(非)당파적 대통령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벌써 22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아메리칸스 일렉트의 목소리가 중도성향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치권의 무능함으로 많은 유권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단체는 내년 6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대당 사람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사실상 양당 구도를 깨버리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니코 밀리 하버드대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대선 후보 선출과정 자체가 내년 대선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제3의 후보에 나서겠다거나, 공식적으로 추천받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중도파들 사이에서는 크리스틴 토드 휘트만 전 뉴저지 주지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 중 어느 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첫 ‘기니 피그’(실험용 쥐)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또 아메리칸스 일렉트의 후보 선출 과정이 끝까지 민주적일 것인지, 그 후보가 끝까지 비당파적으로 남을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노 라벨스(No Labels)’ ‘업워드 스피리얼(Upward Spiral)’ 등 워싱턴의 당파적 정치를 강력히 비판하는 중도 성향의 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아메리칸스 일렉트의 대선 후보 선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당 정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메리칸스 일렉트와는 조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당파적 정치에 신물이 난 중도파들이 ‘정당 후보가 아닌 대통령 후보를 뽑자’는 아메리칸스 일렉트의 운동을 어느 정도 지지할지 관심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