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새 총리 간주리 임명… 퇴진요구 거부 “총선 예정대로”
입력 2011-11-25 18:08
이집트 군부가 카말 간주리 전 총리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고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부는 28일 총선을 예정대로 치른다고 선언했다. 반정부 시위대의 ‘군부 즉각 퇴진’ 요구를 거부한다는 뜻이다. 시위대는 이에 맞서 25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간주리는 1996∼1999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퇴임 뒤 무바라크와 거리를 뒀고, 최근엔 대선 후보로 거론돼 왔다. 재임 시절 가난한 사람을 잘 챙겨 ‘빈자(貧者)의 총리’로 불렸다.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그의 총리 임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가 총리로 있을 때 무슬림 수십명이 투옥되는 등 탄압을 받았다.
시위대는 25일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1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부가 즉각 시민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집트인들은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지기를 희망한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특히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무슬림형제단은 선거 연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4일엔 군부의 사과 발표에 힘입어 시위대와 군·경 사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군·경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내무부 청사로 이르는 길에 시멘트벽과 철조망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집트 보건 당국은 시위에서 일어난 충돌로 지난 19일부터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