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황선홍 감독 “막아 보시죠” VS “뚫어 보게나” 울산 김호곤 감독
입력 2011-11-25 18:08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의 김호곤(60) 감독은 197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공격은 차범근, 수비는 김호곤이 이끈다’가 당시 박스컵(박정희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등을 앞두고 자주 등장한 신문 기사 제목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3) 감독은 90년대 축구팬들 가슴에 최고 공격수로 남아있다. 한국 축구 대형 스트라이커 계보는 차범근-황선홍으로 사실상 끊겼고, 그 이후로는 안정환, 박주영 등 시원시원한 공격스타일보다 골결정력 좋은 선수들이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공격을 주도했다.
한국 축구사를 풍미한 최고 수비수(김호곤), 최고 공격수(황선홍)가 벤치에서 감독으로 정면 대결한다. 울산과 포항은 26일 오후 3시 포항스틸야드에서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챔피언십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리그 6위 울산은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지난 시즌 챔피언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꺾고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2위 포항은 지난달 30일 성남과의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한 달 가량 쉬며 포항 홈과 가평 전지훈련 캠프에서 3개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로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왔다. 실전 감각면에서는 최근 1주일 동안 서울·수원 전을 잇따라 치른 울산이 낫다. 선수들 체력은 사흘 전 수원과의 120분 연장 혈투를 치르고 나서는 울산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포항이 우위에 있다.
울산 김 감독은 서울 및 수원과의 경기에서 상대팀에 맞는 맞춤형 단판 승부 전술로 2연승을 거뒀다. 특히 수원 전에서 울산 원톱 김신욱을 최전방 위치로 올려보내지 않고 심할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오게 해 김신욱 마크맨 마토(수원)를 혼란스럽게 만든 장면은 김 감독 전술적 노련미의 극대치를 보여준다. 김 감독 승부수대로 마토의 방해 없이 수원 전 선제골을 뽑아낸 김신욱이 포항 전에선 어떻게 쓰여질지가 관심이다. 93년부터 98년까지 선수 황금기 시절을 포항에서 보낸 황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팀내 최다 득점(13골)을 올린 브라질 용병 모따, 신인왕 후보 고무열(9골), 가나 대표팀 출신 아사모아(7골), 황진성(6골)으로 득점 루트를 짜놓고 있다.
홈경기인 포항은 선제골을 넣으면 경기가 쉬워진다.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플레이오프 방식의 K리그 챔피언십에서 유일하게 승부차기 2승을 거두고 있는 골키퍼 김승규(1m87)를 보유한 울산이 다소 유리하다.
이기는 팀은 30일과 다음달 4일 벌어지는 정규리그 1위 전북 현대와의 챔피언결정 1·2차전에 나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25일 한국의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기존 4팀에서 3.5팀으로 축소시킴에 따라 울산-포항 전 승자(K리그 최종 2위)는 본선 직행권을 따게 된다. 지는 팀은 다른 나라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1위 전북과 올해 FA컵 우승팀 성남 일화는 AFC가 정한 본선 진출 우선팀 순서에 따라 이미 2장의 직행권을 가져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