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력지상주의가 부른 참혹한 패륜사건

입력 2011-11-25 17:30

성적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부패할 때까지 방에 둔 혐의로 고교 3년생 지모군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지군이 모의고사 성적을 전국 최상위권으로 위조한 것이 드러나면 어머니에게 체벌을 당할 것이 두려워 범행했다”고 밝혔다. 지군은 “어머니가 그동안 체벌을 했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엉덩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지군은 패륜 사건을 저지르고도 평소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우선 부모가 별거 중인 지군의 가족관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과 별거하고 있는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인생 목표로 삼고 지군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만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자녀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또 승자 독식을 부추기는 학력지상주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고졸자보다는 대졸자를, 지방대생보다는 서울 명문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는 이미 고착됐다. 이 때문에 적성 소질 특기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려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처럼 살아야 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고는 이런 참담한 사건을 막기 힘들다. 최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자 채용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기업은 고졸자를 허드렛일이나 하는 ‘열등생’으로 대우하지 말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인재로 키워야 한다. 대학도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뽑지 말고, 선발 과정의 다양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