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세계적 선구자 사라 프리버트 박사 “아이가 깊은 병에? 영적 치유도 서두르세요”

입력 2011-11-25 20:14


“하이테크(hightech) 의료보다 더 필요한 게 영적인 하이터치(high touch)입니다. 특히 말기암 등 난치병 환자들에겐 육체의 질병 치료와 더불어 영적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사라 프리버트 박사는 25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인간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결국 하나님께 의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그들을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를 일컫는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소아·청소년들을 돌보는 것이다. 환자의 통증과 정신적 정서적 고통 등을 관리하고 부모의 경제적 문제 등을 상담한다.

그는 “많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는 미흡하다”면서 “정신적, 영적인 부분까지 돌보는 완화 의료가 한국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프리버트 박사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각국에 아동·청소년 완화의료를 소개해 온 인물이다. 미 오하이오 주에 ‘하스링거 아동청소년완화의료센터’를 설립했으며 미국 아동청소년 완화의료 연합회를 창립했다. 현재 두 기관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6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열리는 ‘아동·청소년 완화의료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한국의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걸음마 수준이다. 2003년 세브란스 병원 내 아동·청소년 완화의료진이 구성돼 현재 12명에게 서비스하는 게 전부다. 반면 미국은 소개된 지 15년밖에 안됐지만 정착 단계에 와 있다. 현재 미국 아동병원의 75%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실시 중이다. 또 외래, 입원, 가정 내 서비스 등 의료 내용도 체계화돼 있다.

프리버트 박사는 “난치병 성인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는 일반화돼 있다”며 “하지만 아동·청소년을 위한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소아들은 아주 짧은 생을 살지만 이들도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다 죽을 권리가 있다. 또 이들 부모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며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전반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버트 박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선진국의 소아·청소년의 완화의료 현황과 적용 방법’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도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각 병원에서 적극 도입하길 바란다”며 “특히 한국교회가 이들 환자와 가족을 영적으로 책임지는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