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앞에 러브레터 수북이 ‘나쁜 남자’ 그들의 치명적 매력은… ‘독재자의 여인들’
입력 2011-11-25 17:45
독재자의 여인들/디안 뒤크레/시드페이퍼
저자는 “독재자 히틀러가 믹 재거(롤링스톤스 보컬)나 비틀스보다 더 많은 양의 팬레터를 받았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놀랍게도 사실이다. 히틀러는 적만큼이나 많은 팬을 거느렸다. 매일 그에게 도착하는 팬래터 가운데는 여성 추종자의 러브레터도 많았다. 편지는 이런 말로 시작하곤 했다. ‘나의 사랑 히틀러 총통님께.’
히틀러 앞에 쌓이는 러브레터는 그의 권력과 비례해 급격히 늘었다. 1933년 3000여통의 연서가 도착하더니, 1934년에는 1만2000여통, 1941년에는 1만통 이상의 편지가 히틀러 앞에 배달됐다. 독일 치안 담당자는 히틀러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에 오겠다는 극성 여성팬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기도 했다. 독재자를 향한 일종의 ‘정치적 팬덤’인 셈이다.
무솔리니, 스탈린, 차우셰스쿠, 히틀러…. 독재자 혹은 혁명가, 전쟁광, 살인마로도 불렸던 역사 속 악인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광적인 권력욕만이 아니었다. 독재자들은 스스로 잘 생기고 매력 넘치는 전능한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 믿음을 만들고 강화한 건 여성 추종자들이었다.
독재자에게 빠져든 게 생각 없는 대중만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영리하고 야심 찼으며 매력 많았던 유럽의 지식인 여성들은 나쁜 남자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여자들이 좋아한 게 권력인지, 나쁜 남자의 카리스마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권력이 어떤 여성들에게 성적(性的) 매력의 형태로 전달됐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 아내이자 질투하는 정부(情婦), 조언자, 숭배자, 뮤즈이기도 했던 독재자의 여자들. 책은 그들이 희대의 권력자를 만나며 겪은 유혹과 애증, 권력다툼, 비극적 결말에 관한 이야기다.
무솔리니와 애인들의 이야기는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정부 마르게리타는 술에 절어 살던 가난뱅이 사회주의자 무솔리니를 재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지원한 정치적 뮤즈였다. 1919년 선거에서 참패하고 낙담한 무솔리니를 나폴리 바닷가와 베니스의 초호화 호텔로 끌고 다니며 재기시킨 것도, 무솔리니를 위해 거액을 들여 일간지와 월간지를 창립한 것도, 파시트스당의 자금을 댄 것도 그녀였다. 하지만 이런 희생도 바람둥이 무솔리니를 오래 붙잡지는 못했다. 끊임없이 여자를 옮겨 다니던 무솔리니가 최후를 함께 보낸 건 연인 클라라였다. 그녀는 죽기 직전 무솔리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마지막까지 당신 뒤를 따랐어요. 이제 만족하나요?” 전용희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