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백상현 기자 르포] 스위스 제네바 WCC본부를 가다

입력 2011-11-25 15:43


[미션라이프] 스위스 제네바시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 이곳은 UN 제네바 사무소,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등과 1㎞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입간판엔 독일어와 프랑스어 영어로 에큐메니컬센터(Ecumenical centre)라는 건물명이 적혀있다. 그 위엔 물결치는 바다 위에 십자가 돛을 단 배가 새겨져 있다. 교회일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전세계 에큐메니컬 기구들이 사용하는 로고다.

2~5층 높이의 에큐메니컬센터는 하늘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이다. 그렇다고 건물 전체를 WCC가 쓰는 것은 아니다. 루터교세계연맹(LWF) 세계개혁교회연맹(WCRC)와 NGO 기구 등 60여개 단체 본부가 입주해 있다. 로비에는 110여 개 국 349개의 WCC 가입교단을 명시한 홍보판이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반가운 이름이 보였다.

입구 왼쪽엔 채플실이 있다. 채플실은 2면 전체가 유리로 돼 있어 개방성을 극대화 했다. 바닥은 에스겔서에서 성령이 강물이 흘러넘치듯 타일로 물결이 흐르는 모습을 형상화 했으며, 천장과 벽면은 나무와 콘크리트를 이용해 텐트 모양으로 만들었다. ‘전세계 교회가 아직 완전한 공동체(집)를 이루지 못하고 임시상태(텐트)에 있지만 연합을 향한 순례자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WCC가 총회 때마다 일부 행사를 상징적으로 텐트에서 개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플실 안에는 러시아 이집트 인도 루마니아 등 전 세계교회에서 기증한 다양한 신앙 작품이 있다. 예수님의 세례 장면을 담은 모자이크 작품이나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색된 나무십자가, 램프, 정교회 스타일의 예배 강단은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에 떨어진 포탄 파편으로 만든 십자가다. 화해와 평화, 폭력극복을 추구하는 WCC의 정신이 잘 담겨있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데오 길 WCC 출판부 편집장은 “에큐메니컬 센터는 1965년 건립됐으며, 다양한 교회 연합 기구에서 35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면서 “건물의 영적 정신을 담고 있는 채플에서는 다양한 전통과 문화에 따라 매일 아침마다 예배와 기도가 드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WCC 회의가 열리는 메인홀 천장에는 길 다란 부채모양의 천이 수십 장 달려있었는데 ‘하나님의 숨결(The breath of God)’을 의미한다고 한다. 스위치를 켜니 천장이 정말 산들거리며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로비에는 WCC 제8차 하라레 총회 때 쓰였던 대형 나무십자가와 아프리카 여성의 기도를 상징하는 조각물이 있다. ‘평화와 정의를 전 지구 창조물에게!’ 건물 외부에는 베를린 장벽 잔해물이 서 있는데 유럽교회연합(CEC)이 1989년 기증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휴전선 철조망을 이곳에 기증하는 그날을 꿈꾸며 짤막한 기도를 드렸다.

WCC 본부엔 예장 통합 총회에서 파송한 금주섭 목사(선교와전도위원회 총무)와 김동성 목사(아시아지역국장 및 장학사업 코디네이터)가 근무하고 있다. 특히 금 목사는 WCC총무를 보좌하는 고위직으로 한국교회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금 목사는 “한국교회가 실력 있는 에큐메니컬 인력을 양성해 전세계 교회에 영향력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타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겸손하게 세계를 섬기는 한국교회의 역량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제네바=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