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못 버틴 ‘이순신 밥상’ 1호점

입력 2011-11-24 22:25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한산도 견내량과 한산만이 내려다보이는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통선재’. 24일 오후 ‘이순신 밥상’ 1호점인 이곳은 문이 닫힌 상태였다. 이 곳을 찾았던 관광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발길을 돌렸다.

인근 주민 박모(55)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은 지 꽤 됐다”며 “개점 당시 TV와 신문들이 난리를 칠 만큼 홍보했는데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관광객 최모(65)씨는 “이순신 장군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며 “말로만 떠받들더니 1년도 안돼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고 혀를 찼다.

경남도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인 ‘이순신 밥상’이 개점 1년도 안돼 문을 닫아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구나 전남 여수, 충남 아산과 상표등록에다 제품 출시 경쟁까지 벌였던 터라 이순신 장군의 얼을 훼손시켰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순신 밥상 음식점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거북선 찾기 1%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줄기차게 홍보하면서 도비 7500만원, 시비 1억898만원, 수리비 등 총 2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4월 9일 개업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요인 등으로 지난 7일 폐업했다.

이순신 밥상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조선 수군들이 먹었던 음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개점 초기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이순신 장군이 즐겼다는 장국밥, 비빔밥인 ‘골동반’, 방풍탕평채 등으로 차려지는 이순신 밥상 14종, 대구껍질누루미 등으로 구성된 통제사 밥상 22종이 있었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고증에 따라 인공조미료를 못 쓰게 했고, 임진왜란 때는 고추가 없었다며 고춧가루 사용을 금지했다. 김치는 백김치만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값이 비싸다” “맛이 없다” 등의 평가가 난무하더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통선재 주인이었던 전현택 씨는 “애당초 경남도나 통영시에서 적극적인 홍보와 손님 유치활동이 부족했다”며 “좀 더 지원이 필요했었다”고 아쉬워했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