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에서 ‘경쟁’으로… 中지도부 선출 민주화
입력 2011-11-24 21:47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국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중국 정계의 잠룡(潛龍)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권력의 정점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에 포함되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나 되는 인민을 상대로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무위원 후보로 꼽히는 인물들이 서로 “날 좀 보소”를 외치는 것은 더 이상 최고지도자 한 명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대가 아님을 의미한다. 즉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태자당, 상하이방 등으로 구분되는 파워집단 간 조율을 거쳐야 하는 데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존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중앙위원(17기 전대의 경우 204명)이 내년 18기 전국대표대회(18전대)에서 상무위원 9명을 뽑는 만큼 그들의 표심을 붙잡을 수 있는 정책 대결도 중요해진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뒤를 이를 것이 거의 확실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각 파벌 간 의견 조정에 의해 권력승계가 결정된 사실도 바뀐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가 최근 보여준 행보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전문가인 왕 부총리가 낮은 자세를 보였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18전대를 앞두고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왕 부총리는 지난주 “세계 경제는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중국은 더욱 개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시라이 당서기는 최근 사회주의 색채를 강조하는 소위 ‘홍색 문화’ 캠페인을 벌여 관영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왕양 당서기는 지난 21일 광둥성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당 간부들의 지속적인 개혁은 발전을 위해 비용이 가장 덜 드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