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율고 또 무더기 미달… 당국 수요예측 실패에 예고된 몰락

입력 2011-11-24 21:50

자율형사립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거 미달 사태에 처하면서 정부의 현실성 없는 고교 다양화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율고들은 퇴출 위기에 몰렸다.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1∼23일 서울시내 26개 자율고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1만427명 모집에 평균 경쟁률 1.26대 1을 기록했다. 정원 미달 학교는 동양고 용문고 등 11개교다.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한 동양고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자율고 지정 취소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교과부가 지난 1월 도입한 ‘자율고 워크아웃 제도’에 따르면 입학 인원의 60%를 채우지 못한 자율고는 교과부 학교운영정상화심의위원회에 향후 계획을 제출하고 개선 프로그램에 동참해야 한다. 이 다음해에도 60% 정원 기준에 못 미친 자율고는 퇴출돼 일반고로 전환된다.

동양고는 지난해 동양공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한 직후에도 정원 미달 사태에 직면했으나 당시엔 워크아웃 제도를 신청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지원자가 1명도 없어 사실상 자율고 유지가 불가능하다. 지난해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일반고 복귀 논란에 시달린 용문고 역시 경쟁률이 0.24대 1로 추가모집을 해도 기준 정원을 충족시키기 힘들어 지정 취소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이들 학교가 학교운영 정상화 계획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지만 학교 측에서 먼저 중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미달 사태는 정부의 무책임한 자율고 확대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100개의 자율고 양성을 목표로 자율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교과부는 24일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전체 중3 학생 11만3600여명 중 자율고 지원 자격이 되는 내신 석차 상위 50%는 5만6800여명이다. 그 가운데 1곳밖에 원서를 낼 수 없는 전기고 지원 규정에 따라 외고·과학고·서울국제고·하나고 지원자를 빼면 실제 지원 가능한 학생은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매년 500만원에 달하는 자율고 학비를 감안하면 실제 경쟁률은 더욱 낮아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임정훈 대변인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해서 추진한 결과”라며 “자율고가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결국은 등록금만 비싼 학교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