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사흘째 공전… 물밑에선 ‘모색 중’

입력 2011-11-24 18:33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한 이후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2012년 예산안 심사도 사흘째 표류했다. 다만 여야 모두 예산안만큼은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 다음주부터는 민주당도 예산심의 작업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24일 내년 예산안을 최종 심의하는 계수조정소위원회를 열었으나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30여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기 때문이다. 산회 직후 정 위원장과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가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 면담은 불발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강온양면으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일단 여당은 단독으로 예산 심의에 착수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홍준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부터 당 정책위원회는 민생에 역점을 두고 준 수정예산에 버금가는 예산편성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최대 3조원 수준의 민생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달래며 예산안 합의처리를 촉구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완벽한 FTA 후속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야당 의견도 대책에 포함시키겠다”며 “필요한 경우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내에 특위를 구성해 면밀히 검토하고 완벽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그동안 준비됐던 피해보전 대책을 비롯한 후속대책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정부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거들었다.

손학규 대표가 강력한 장외투쟁 방침을 천명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예산안 심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많은 지역구 예산을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FTA 처리와 관련해 여당이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면서 “(국회일정) 보이콧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냉각기가 필요하다. 18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만큼은 합의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장선 사무총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FTA 문제와 내년 예산은 별개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 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하는 건 경우에 따라 필요하지만 국회에서 투쟁하는 게 가장 강력한 투쟁 방법”이라고 가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