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수상한 심사’… 광대역통합망 사업자 선정과정 의혹
입력 2011-11-24 22:19
KT, 최종 사업자로 선정
2009년 10월 국방부는 국방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 중 군사령부(사업명 주노드) 사업에 입찰한 KT와 SK네트웍스를 심사한 결과 최종 사업자로 KT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군 영관급 장교들이 두 회사를 평가한 심사표가 최근 공개되면서 선정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다. 각자 독립적으로 여러 항목에 임의 배점을 주도록 했음에도 이들 장교는 소수점까지 같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A중령, B중령, C소령은 항목별로 KT와 SK네트웍스 두 회사에 100% 동일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관리 대비계획 및 적절성은 3명이 각각 2.0점과 1.8점, 사업추진 적절성은 5.0점과 4.7점, 신용평가등급 평가는 2.0점과 1.6점을 똑같이 써내 KT에 높은 점수를 줬다. 나머지 평가항목은 두 회사에 동일 점수를 줬다.
이런 식으로 심사된 36개 항목별 채점표를 분석한 결과 무려 14개 항목에서 똑같은 점수차로 KT가 SK네트웍스를 눌렀고, 나머지 11개 항목은 두 회사가 동일 점수를 얻었다. 10명의 영관급 장교들이 각자 채점을 했는데도 입을 맞춘 듯 똑같은 점수를 준 셈이다.
결국 KT는 이 같은 채점 덕분에 높은 기술점수를 획득, SK네트웍스를 제치고 5년간 통신망 임대료 386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SK네트웍스는 입찰가(299억원)를 KT보다 87억원이나 낮게 써 내고도 입찰에 실패했다. 아무리 입찰가격을 낮춰도 기술점수 평가에서 난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KT는 2010년 보조노드사업에 단독 입찰해 5년간 520억원을 받는 조건의 계약을 따냈다. SK네트웍스는 아예 입찰을 포기했다. 지난해 10∼12월 진행된 감사원의 국방정보화 실태 감사에서도 이런 사실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 9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했다. 유 의원은 “사업자 선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질타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감사관실을 통해 자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국방위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러 점수를 불러주거나 담합하지 않았다면 소수점 자리까지 똑같은 점수가 나올 순 없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