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에가, 20여년만에 고국 송환된다… 파나마 前 독재자, 프랑스 법원서 송환허용 최종 판결

입력 2011-11-24 18:46

파나마의 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77)가 미국에 의해 실각한 지 2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프랑스 항소법원은 23일(현지시간) 자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노리에가의 본국 송환을 허용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노리에가도 법원에서 “증오나 분노 없이 파나마로 돌아가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983년부터 파나마를 통치한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으로 실각한 뒤 미국에서 마약 혐의 등으로 21년간 복역했으며, 파나마에서도 궐석재판에 부쳐져 인권침해 혐의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랑스로 이송돼 마약조직과 연관된 자금세탁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파나마는 노리에가가 집권 당시 정적 3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며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프랑스는 미국과 맺은 협정 때문에 형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노리에가를 추방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날 판결은 노리에가에 대한 두 번째 송환 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인 가운데 나왔다. 지난 7월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노리에가의 본국 송환 명령서에 서명했으며 9월에는 법원이 그에 대한 조건부 석방을 허가한 바 있다.

프랑스 주재 파나마 영사는 연말 이전에 그가 송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1934년 파나마의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노리에가는 페루군사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일찍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협력자였던 그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1983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이후 그는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반군 등 중남미의 공산주의 박멸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대량의 마약을 미국에 밀수한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동맹관계는 종말을 맞았다.

파나마의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대통령은 최근 노리에가가 고령으로 자택에 연금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파나마에 도착하면 수감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판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