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구치소 눈빛나눔봉사단 발대식

입력 2011-11-24 15:46


[미션라이프] “죄를 지은 제가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사기죄로 수감 중인 김모(48·여)씨는 교도소가 자신에게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24일 오후 서울 천왕동 남부구치소(소장 경의성) 강당. 수형자와 시각장애인, 교정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눈빛나눔봉사단’ 발대식이 열렸다. 수형자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자료 보급에 적극 나서겠다는 자원봉사 모임이다.

봉사단은 남녀 수형자 30명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기독교 신자인 이들은 이날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집’ 등 3권의 교양도서를 점자정보단말기 사용이 가능한 파일과 점자책으로 점역해 서울맹학교에 전달했다.

수형자들은 지난 7일부터 봉사단에 가입, 점역 훈련에 들어갔다. 앞으로 1년 동안 구치소 등에서 점역 훈련을 받게 된다. 법무부(장관 권재진) 등은 시각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부교재와 교양도서, 성경 등 20권을 점자로 만들어 보급하고 일반 시각장애인에게도 이같은 봉사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단원들은 시각장애인에게 선물한 점자책을 만드는 동안 착한 시민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또 점역 봉사활동을 참관하는 이들에게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새롭게 태어나 살아갈 것을 약속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정모(52)씨는 “점역봉사를 통해 새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수형자 최모(35)씨는 “교도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점역교정사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날 보답으로 감미로운 관악 연주와 노래를 불렀다. 트럼펫을 연주한 서울맹학교 강재현(18)군은 “시각장애인 연주가 부족하지만 어려운 여건에 놓인 사람에게 따뜻한 감동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봉사단의 도움으로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새롭게 태어나려는 수형자들의 의지를 축하하고 진심어린 반성에 박수를 보냈다.

안동주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시각장애인은 다양한 도서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고, 수형자는 점역봉사를 통해 심성을 순화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나눔 실천으로 교화 및 직업재활에 도움을 받는 등 서로 윈윈(win-win)하는 봉사활동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회를 본 시각장애 방송인 심준구 목사는 “세상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며 “수형자들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는 귀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