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2년만에 뜯어 “혈세 낭비”… 인천시, 재정 위기 속 “교통 방해” 이유로 없애

입력 2011-11-24 22:30

인천시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전거도로에 대해 교통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거액을 들여 다시 뜯어내고 있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시에 따르면 전임 안상수 시장 당시 출퇴근용 자전거 문화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시내 주요 도로의 자전거 도로 중 3곳에 대해 차량 지·정체 해소 차원에서 2억2000만원을 투입해 차로수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연수구 선학역 인근 차도에 조성된 자전거도로 250m 구간을 1개 차로로 바꿔 다시 차량 위주의 도로를 만들고, 대신 인도를 자전거도로 겸용으로 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동공단 은청로 620m 구간에서도 양방향으로 설치됐던 자전거도로를 한쪽 방향만 남기기로 했으며, 연수길 700m 구간은 자전거도로를 없애고 인도를 자전거도로 겸용으로 설치했다.

시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개최를 앞두고 141억원을 들여 시내에 총 37.3㎞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했었다. 그러나 인천시청과 시교육청 등 관공서 밀집지역이 자전거로 접근하기 어려운 오르막길에 위치해 출퇴근용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등 곳곳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는 앞으로 출퇴근용 자전거도로를 원하는 자치단체의 경우 사전에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오도록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는 재정위기로 인해 기초단체가 예산을 요구하더라도 시의회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예산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실상 출퇴근용 자전거도로 개설을 잠정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최병국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자전거도로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연수구를 중심으로 자전거도로를 낸 뒤 시청이 있는 남동구로 확대한 게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레저용 자전거도로에 대해서는 확충을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 경인아라뱃길의 자전거길이 왕복 36㎞에 달하는 점을 감안, 청라국제도시∼경인아라뱃길 구간 4.3㎞에 15억원을 투입해 내년 3월까지 자전거도로를 내기로 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